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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과 행복 사이 어딘가에서

삶의 곡괭이를 내리치는 사람들...

불행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안 불행, 불행하지 않음, 반불행, 못 불행,비슷한말은? 행복하지 않음, 안행복, 못 행복....

언어유희 같은 말장난을 해본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반대말을 묻는 시험에 무조건 ‘안’을 붙이면 반대말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다의 반대말은 안 하다? 그런데 '안 하다'라고 쓰고 보니 어딘지 이상하다. 하지 않다. 못하다. 하지 못하다. 수많은 ‘하지 못함’들이 떠오른다.


불행하지 않음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행복하다’는 것이 곧 ‘불행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은 평행선의 양 끝점에 있는 것 같아서 우리가 불행의 극점에 다다르면 행복의 극점은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곳처럼 여겨질 것이다.

행복과 불행의 접점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복과 불행에도 농도차가 존재한다. 적당한 비율로 존재하는 행복과 불행.... 그 지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확히 가운데 지점을 지나 행복의 극점을 향해갈 때 우리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불행과 행복의 가운데 지점을 지나 불행의 극점을 향해 갈 때 우리는 불행하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불행의 요소를 다 제거하면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우리 마음 밭에 알게 모르게 자리 잡은 불행스러운 씨앗들, 싹들을 제거하면 우리의 마음 밭은 행복의 열매로 가득 찰 수 있을까? 끝이 없는 작업일 듯싶다. 살다 보면 불행의 씨앗이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는 일이 비일비재할 테니...

‘불행’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라는 개념을 넘어선다.

어떤 이는 글에 “나는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라고 쓴다. 불행하지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좋은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불행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며 자판을 두드리는 나는 불행과 행복의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일까?


남아프리카 공화국 카줄루나 지방. 이곳에서 다이아몬드 원석 덩어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 희망이 결핍된 사람들... 곡괭이 하나를 들고 온 힘을 다해 돌을 쪼개고 땅을 판다.

거칠고 마른땅 어디에.... 그들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행복 = 다이아몬드”가 숨어있을까?

검은 옷과 빨간 치마, 흰 두건, 회색 긴 양말, 운동화를 신은 여인이 곡괭이를 하늘을 향해 번쩍 쳐들고 있다. 그녀가 내리치는 곡괭이 끝은 바위를 가르고 마침내. 마침내. 마침내. 그 어딘가 숨어있는 다이아몬드에 이르게 될 것인가?

다이아몬드를 움켜쥔 순간 그녀는 불행 끝, 행복의 시작일 수 있을까?

우리는 날마다 사진 속 그녀처럼 곡괭이를 들고 저마다의 삶을 향한다. 삶의 다이아몬드.

그것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쉽게 보이지도 않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내 생이 걸어온, 걷고 있는, 걸어갈 터전을 향해 곡괭이를 내리친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

불행과 행복의 극점 사이..... 그 어딘가에서 우리는 저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저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 어딘가에서 우리는 삶의 다이아몬드를 찾아 곡괭이를 내리칠 준비 중이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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