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곰 인형을 안고 간다
비는 쏟아지는데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곰인형을 안고 있다. 갈색의 커다란 곰인형... 청년은 곰인형이 비에 젖을 새라 우산을 바싹 몸에 밀착시킨다.
하얀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연두 우산과 갈색 곰돌이... 비 오는 날 풍경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빗 속을 뚫고 가는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여자들이 남자 친구로부터 커다란 곰인형을 선물 받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푹신한 곰인형을 싫어하는 이는 없을 듯싶지만 곰인형이 푹신하고 귀여워서 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남자 친구... 20대 초반일 경우 자동차가 없을 때이니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커다란 곰인형을 안고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어야 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털북숭이 곰을 안고 당당히 걸어 그녀에게 올 남자....
여자들이 커다란 곰인형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 친구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자신을 위해 곰인형을 들고 나타날 수 있을까에 대한 테스트 일지 모른다. 일종의 통과 의식. 커다란 곰인형을 들고 올 수 있는 남자 친구라면 적어도 같이 살면서 아무리 쪽팔리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배려할 것이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곰인형... 푹신하고 커다란 곰인형...
나는 여전히 지금도 곰인형이나 북슬거리는 인형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왜 나는 커다란 곰인형을 받지 못하였을까... 생각해보면 곰인형을 사달라고 조른 적이 한 번도 없는 듯하다. 설령 사달라고 했더라도 손에 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곰인형을 원했을 것이다.
커다란 곰인형을 안고 오는 동안 그에게 쏟아질 민망한 시선들을 염두에 두면... 곰인형을 사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으리라. 나에 대한 상대의 마음을 테스트하기 위한 용도로라면 더더욱 곰인형을 받을 수가 없다.
수많은 동물 인형 중 곰인형이 갖는 장점은 여럿 있다.
날카로움보다는 둥글둥글한 이미지, 선해 보이는 눈망울 (사실 야생 상태의 곰은 유순하지 않다. )
커다란 인형을 곁에 두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선해 보이는 눈을 보며, 차마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했던 마음의 말들을 전한다.
나를 바라보는 곰인형의 눈망울. 곰인형이 마치 내 말을 이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인형을 맨 처음 만든 이는 누구였을까? 아마도 어린 날 부모가 자투리 천으로 대충 만들어준 인형들이 인형의 시작일 것이다. 사람을 닮은 인형에서부터 동물 인형으로.....
지금도 대량 생산되는 인형보다 수제 인형은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여전히 인형을 보면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나는 아직도 마음이 덜 자란 탓일까.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는 아마도 어린 시절 곰인형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많을 듯하다. 어린 시절 스스로도 곰인형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에 상대에게 곰인형을 선물하는 일에 민망한 감정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두려운 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다면.... 버려질 곰인형의 운명이다.
그래도 그래도
털 복숭이 곰인형을 안고 빗속을 걷는 하얀 셔츠, 청바지의 용감한 청년의 고백을.
내가 알지 못하는 그녀는 기꺼이 받아줄 것이다.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