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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마음)의 현존

새사람과 물고기사람 사이의 그냥 사람...이해를 '이해'할 수 없는 그림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주된 창작 기법은 더페이즈망( depaysement)이다. 더페이즈망은 우리 말로 '전치'로 번역될 수 있는데 특정 대상을 상식의 맥락에서 떼어내 이질적인 상황에 배치함으로써 낯선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더페이즈망은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기이며, 한 마디로 고정관념의 파괴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의 천재적인 창의성에 놀라게 된다.

특이한 작품 하나를 발견했다.

                                                 < the presence of mind> 1960 


'정신의 현존' ( 마음의 현존)..... 그림의 중앙에 검은 코트에 검은 양복바지, 검은 넥타이, 검은 구두, 검은 중절모를 쓴 남자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격식 있게 차려입은 남자. 어쩌면 르네 마그리트 자신인지도 모른다.

정면을 향한 남자, 옆에는 남자 크기만큼 커다란 새와 물고기가 서있다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곳. 새의 시선은 남자를 향하고 있다. 남자만큼 커다란 새는 날개를 접고 앉아있다.

하얀 빛깔의 물고기는 꼬리지느러미를 받침대 삼아 고개를 하늘을 향하고 서있다.

이곳은 물고기가 존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것이다. 지느러미와 아가미는 수중생활애 적합하다는 말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는 무의미하다.

살바도르 달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르네 마그리트는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머릿속에 고정된 사고를 가지고 그의 그림을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해'를 주입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이해하는 것은 그림을 보는 이의 몫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새와 물고기가 아닌 새사람과 물고기사람....

새사람과 그냥 사람과 물고기사람이 서있다. 그들은 본디 같은 사람이었으나 새사람은 하늘에서, 그냥 사람은 땅에서 물고기사람은 바다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정신(마음)의 현존... 팔과 다리 대신 지느러미와 날개가 사는 곳에 따라 생겨났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저마다의 마음이 저마다의 정신이 갈망하는 바에 따라 새사람은 하늘을 닮은 마음을, 물고기 사람은  바다를 닮은 마음을 품었다. 깃털 하나 하나애 하늘의 마음이, 하늘의 한숨과 고통과 슬픔과 희열과 열정이... 비늘 하나하나에 바다의 마음이.. 바다의 표정, 바다의 목소리들이, 바다의 체온이, 바다의 광기가..

그들 사이에 있는 모자를 쓴 남자는 땅의 마음을 품었을까. 딛고 있는 흙의 온기와 습도를.. 씨앗의 마음을... 지렁이의 꿈틀거림을.. 뿌리의 간지러 룸을.. 땅 속 깊은 곳 어딘가 마그마의 포효를... 땅을 딛고 살다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목소리들을...


남자의 표정은 무표정이다. 마음의 현존. 정신의 현존.

어느 순간 새사람이 될 수도 어느 순간 물고기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새사람과 물고기 사람도 땅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그들 안의 마음이 하는 일이다.

그들은 무엇을,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그들의 마음,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끝내 '이해'되지 않는 '이해'.... 이해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해는 각자의 몫이라는 의미와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끝내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르네식 자만 같은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이해되지 않는 그림을 들여다보다 내려다본 창가에 봄이 앉아있다.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음악 <december >를 듣는다. 4월에 듣는 '12월' 이라니

새벽애 내린 비로 연분홍 벚꽃 잎들이 흩뿌려있다. 버려진 봄의 꿈들...

봄의 마음.. 봄의 현존......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봄날은 간다. 

지난겨울이 그러하였듯 지난 12월이 그러하였듯... 그 단조로운.. 그러나 열정적인 윈스턴의 음악처럼...

이해할 수 없는 어쩌면 이해 불가능한 세상...

꽃이 피는 것도 꽃이 지는 것도 이해를 넘어서는 일들........

어쩌면 불가사의한 일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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