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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 자작나무 려원 Apr 10. 2022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우리는 매 시간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현대 사회는 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적 풍요를 이끌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하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행복을 말하지 못한다. 행복을 이야기하기 앞서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오느라 지쳐버렸다.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자기 자신이다. 분주하고 바쁜 것이 열정적인 증거라거나 능력이라 거나 하는 것도 어쩌면 포장된 가식이다. 쓸모, 경제적 가치로 판단되는 사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쓸모의 유무와 경제적 가치로 평가된다. 인간이 사물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인간은 무기력하다.

에리히 프롬은 무기력의 이유는 자신의 소망대로 살지 못하고 타인이 바라는 대로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정상일까?”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문제가 외부에 있는지 내부에 있는지, 물질 때문인지 생각 때문인지조차 혼란스럽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멋진 사물들의 세계가 인간 삶의 방향과 속도를 지정하게 내버려 둔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자존감이 사랑하고 생각하는 개별 인간으로서의 자기 활동에서 나오는 대신 사회. 경제적 역할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시장에서 이윤을 남기고 자신을 판매하는 것이다. 행복과 편안함을 위해 인간의 손으로 탄생시킨 세계가 인간을 소외시키고, 현대인은 그 세계에 비굴하고 무기력하게 복종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 고유의 생각, 자신의 감정을 알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바로 그것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익명의 권위에 의지하며 외부의 기대에 따라 만들어진 자아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점 무력감을 느낀다. 이 모든 발전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익명의 권위는 배후에서 작용하기에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게 만든다. 오늘날 익명의 권위는 어떤 모습일까? 익명의 권위는 시장이요, 여론이며, 건강한 인간 이성이다. 남들과 다르지 않고 싶다는 소망, 무리에서 벗어나다가 들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모두가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한다는 착각 속에 산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이 착각한다. 자신에 대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자신의 능력을 부풀리거나 축소하거니 지나치게 허세적이거나 지나치게 소심하다.

P31

"우리는 영원한 소비자이다. 우리는 담배, 술, 강연, 책, 영화, 인간을 소비한다. 우리는 아이가 부모에게 필요로 하는 사랑도 아이에게 필요한 신제품처럼 이야기한다. 엄청난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수동적 소비자이며 젖병과 사과를 기다리는 영원한 신생아다. 우리는 소비하고 고대하지만 우리가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계속 실망한다. 우리는 사물을 생산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 사물과의 관계에서 조차 - 극도로 비생산적이다. "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자연을 초월하기에 ‘자연의 변덕’이다

이런 모순은 갈등과 두려움을, 더 나은 균형을 찾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불균형을 불러온다. 하지만 설사 균형을 찾았다 해도 그 균형에 도달하자마자 새로운 모순이 등장하고 인간은 다시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끝없이 계속된다.

젖병과 사과를 기다리는 영원한 소비자. 채워지지 않는 것들. 끝없는 불균형의 반복.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조차 없다. 무언가를 원하고 충족시키고. 또 다른 것을 원하고 충족시키려들고.. 젖병의 종류와 재질과 크기가 달라질 뿐... 슬프지만 우리는 영원히 신생아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과 사랑의 능력이 있으며 그 반대로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자각하고 자신과 자신의 실존적 상황에 대해 진술하는 능력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현실, 우리가 듣개 되는 뉴스는 더 이상 인간적이지 않다 인간이기 때문에... 감당할 것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다.

자유는 진짜 인격의 실현이다

p 58 자유는 사실이라기보다 가능성이다. 인간의 진짜 인격의 실현인 것이다. 자유는 장애와 조건과 투쟁하여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자유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이다

자기 발의 족쇄를 끊고 아무리 힘들어도 참으며 동굴의 가파른 벽을 기어올라 마침내 정의의 태양을 보겠다는 노력이 없다면 자유가 존재할까? 태양을 본 철학자가 동굴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그들이 본 것은 환영이라고 진정한 자유는 진리의 인식에서 나온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자유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자유는 인간 존엄성의 발현 혹은 인간 본질 그 자체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유한성으로 인한 장애, 제약,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어떤 이는 손과 발의 족쇄를 풀고 동굴 밖으로 나간다. 동굴 밖을 보고 온 이가 바깥에서 본 것들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족쇄를 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동굴벽에 비친 그림자가 자신들이 보는 모든 것이며 오직 그것만이 진실로 받아들인다. 동굴 밖의 세상을 보는 일, 자유를 누리기 위해 첫 번째 할 일은 자신을 스스로로 묶고 있는 사슬을 깨트리는 것이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사슬을 부수는 행위가 전제되지 않는 한 자유란 얻을 수 없다.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다

자발적 활동이란 라틴어 어원 sponte의 뜻 그대로 자아의 자유로운 활동을 말한다. 라틴어 sponte는 ‘자유의지로'라는 뜻이다. 자발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랑이다 하지만 자아가 다른 사람 속으로 녹아버리는 그런 사랑이나 다름 사람을 소유하가 위해서 노력하는 사랑은 아니다. 사랑의 역동적 성격은 분리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개성을 잃고 싶지 않은 욕망에서 탄생하는 양극성에 있다

자발성의 다른 요인은 노동이다. 여기에서 노동은 고독에서 도피할 목적의 강제적 활동이 아니며 한편으론 자연을 지배하려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만든 생산물을 우상화하거나 이 생산물의 노예가 되는 활동도 아니다, 인간이 창조 행위를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창조로서의 노동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 개인의 특성과 노력의 성공 또한 돈과 명성, 권력을 위해서 팔 수 있는 상품이라 생각한다. 그 결과 무게 중심이 창의적 활동이 주는 순간적 만족에서 완제품의 가치로 옮겨간다. 인간은 평생 동안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가짜 행복 뒤를 쫓아다니고 인간은 평생 동안 삶에 주려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인격을 시장에 내 다판다

인간의 자긍심은 그의 성공에 달려 있다. 그가 이윤을 남기고 자신을 판매할 수 있느냐, 경력의 출발 시점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었느냐, 한 마디로 그가 ‘성공했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인이 느끼는 고립과 무기력의 감정은 인간관계를 통해 더 강화된다. 인간은 서로를 조종하고 서로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며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P112

인간은 상품뿐 아니라 자신도 팔면서 스스로를 상품으로 느낀다. 육체 노동자는 육체의 힘을 팔고 상인과 의사, 사무직 노동자는 자신의 ‘인격’을 판다.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면 하나의 ‘인격’이 되어야 한다... 다른 상품들처럼 인간의 속성이 가진 가치는 시장이 결정한다, 한 인간이 제공할 수 있는 속성에 대해 수요가 없을 경우 그 속성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팔리지 않는 상품은 사용가치가 있다고 해도 무가치한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자존감, 자신감 역시 타인들이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 지를 보여주는 암시에 불과하다.

p 139

원래의 소망이 있던 자리를 가짜 소망이 대체한다. 사물은 자아가 없다. 사물이 되어버린 인간은 자아를 소유할 수없다 익명의 권위에 의지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자아를 받아들인다. 또 그럴수록 더 무력감을 느끼고 순응을 강요당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있다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나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어떤 것도 움직일 수 없으며 나의 의지로는 외부 세계나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아무도 나를 진지하게 대우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공기와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기력한 이유롤 합리화시키려 하는데 신체적 결함을 이유로 들거나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건을 이유로 들거나 일부러 문제를 확대시켜서 무력감을 정당화시키려 한다. 혹은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비현실적이고 막연한 기대로 자신이 무력감을 감춘다.

에리히 프롬은 과보 상행동을 하는 것도 무력감을 은폐시키는 것이라 하였다. 과보 상의 가장 흔한 형태가 분주함이다. 무력감을 억압한 사람들이 활동적으로 분주하다. 그들은 항상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처럼 여겨졌다. 단 한 시도 쉬지 못하는 것은 그의 말처럼 무력감을 억누르려는 행위다. 가만히 누워있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쩐지 무언가를 낭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하기에 끝없이 무언가를 하려 들고 끝없이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것은 겉보기엔 활력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프롬의 견해대로 라면 나는 진짜 활력이 아닌 가짜 활력을 연출하는 셈이다. 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내모는 것일까.

과도한 욕심일까. 허영일까....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분주함을 자기 자신을 위해 허세를 부리는 것일까.

머릿속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상횡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마치 걷지 않으면 낙오되는 사람처럼... 또 무언가를 하고 있다. 어리석은 짓이다...

진짜와 허울의 차이를 보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현대인들은 감탄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무언가에 대해 감탄하는 것은 마치 무지를 증명하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감탄 능력이 학문과 예술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우리는 늘 분주하지만 집중하지 못한다.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미 다음 것을 , 지금 일을 끝마칠 수 있는 그 순간을 생각한다.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일을 하고 수많은 멀티 태스킹 속에서 우리는 '지금'을 즐기지 못한다. 우리에게 '지금'은 늘 부재중이다.

내가 하고 느끼는 것과 관련하여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중요하다.

진정한 자아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격을 부수어야 한다 사물로서의 자기 자신에게 더 이상 집착해서는 안된다. 창조적 응답의 과정에 있는 자신을 경험하도록 배워야 한다. 여기서의 역설은 그가 이렇게 자신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온전히 경험할 수 있을까. 나는 나에 대해 알지 못한다. 지식, 하는 일, 행동, 성격.....

나를 규정하는 그 모든 것이 '나'는 아니다. 나를 온전히 경험하는 일...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프롬은 갈등과 양극성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갈등을 피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프롬은 갈등이 감탄의 원천이며 자신의 힘과 성격을 개발하는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갈등을 피하면 인간은 마찰 없이 돌아가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p201-203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탄생은 아이가 태아로 존재하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숨쉬기 시작할 때 일어니는 단 한 번의 과정이 아니다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는 것은 동시에 과거 상태를 떠난다는 의미다

인간은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과 완전히 새로 태어나고 싶은 소망 사이를 항상 이리저리 오간다. 모든 탄생의 행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놓아버릴 용기 자궁을 포기할 용기, 엄마의 품과 가슴을 떠날 용기, 마침내 모든 안전을 버리고 단 하나. 즉 사물을 실제로 인식하고 그것에 응답하는 자신의 힘만을 믿을 용기를 필요로 한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전체적으로 맨 마지막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 자궁으로의 회귀와 새로운 탄생으로의 갈망.

무언가를 놓고 싶은 생각과 놓지 못하는 두려움. 끝내고 싶은 충동과 시작에 대한 걱정..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의 갈등... 전진해야 할 순간과 후퇴해야 할 순간의 판단들... 받아들임과 받아들이지 못함.. 수많은 양가감정 사이에서 지치고 무력하다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우리는 날마다 무기력을 되풀이한다. 양가감정 사이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얄팍한 열망이.... 무기력을 반복하고 학습하고 정당화한다... 비겁한 합리화와 자기기만과 상대에 대한 왜곡과 편견이... 뒤섞여 돌아간다.

종류만 다른 젖병을 원하는 신생아들... 끝없이 젖병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는 프롬의 말처럼 영원한 신생아들이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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