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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로 세상을 물들이는 여자

푸름이 가져다주는 가능성 그리고 축복.

청바지로 세상을 물들이는 여자 최소영.

그녀가 만드는 가능성...     

어느 날 학교로 통학하는 버스 안에서 저 멀리 보이는 빼곡한 집들의 풍경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맑고 푸른 하늘에 빽빽한 집들은 뿌연 연기처럼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판자 집 특유의 초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오밀조밀 붙어있는 집들은 형제처럼 정답게 보였다.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접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뒤로한 채 학교로 돌아왔었다. 그 후 나는 도시의 빈민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풍경을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

                                                                                                       최소영 작가노트 中     


최소영 작가는 대학교 2학년 때 재료 연구 수업시간에 독특한 재료를 찾던 중, 청바지를 선택해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가 매우 좋아서 그 이후부터 청바지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도시 풍경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청바지의 느낌과 닮았고 이 둘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도시 풍경을 사진에 담고 청바지를 자르고 붙이고 꿰매는 형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형태, 색깔, 질감보다 그 속에 있는 내면을 더 중요시한다.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2억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작품이 팔리면서 화제가 되었고 지금은 청바지 예술 분야의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화가로 전 세계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학 수업을 들으러 가다 버스 창 너머로 보이는 빼곡한 집들에 반해버렸어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대별로 변하는 집들의 그림자도 재미있고 밤이면 창밖으로 반짝이는 불빛이 아름답고, 눈이 내려 지붕에 쌓인 집들은 장난감 같고요. 계속 변해가는 집들이 왠지 강하게 끌리더라고요."     


최소영 작가가 2001년 동의대 미대 재학 중 서울 인사동 갤러리 ‘블루’에 찾아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한 후 첫 개인전을 하게 된 것이 이 모든 것이 시작이었다. 흔히 말하듯 유학파도 아니고 수상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닌 그녀가 청바지 작가로 우뚝 서게 된 것은 다른 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르를 개척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바지에 부산을 담은 최소영의 작품이 새로운 조형적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재료 자체가 주는 참신함 때문이다. 청바지 속 다양한 재료들, 사람들은 대부분 청바지라고 하면 청지에만 시선이 가지만, 그녀는 청바지의 작은 지퍼, 단추, 심지어 실 한 올까지 작품에 활용한다. 물감 대신 청바지를 깁고 붙이고 꿰매어 완성된 그녀의 작품들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 시장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청바지 천으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과 건물을 만드는 '청바지 잘라 붙이기' 기법은 청바지 고향인 미국에서조차 시도된 적이 없는 기발한 착상이다. 외국 컬렉터들은 청바지 천이 만들어 내는 삶의 풍경에 감탄하는 것이리라.     


참신성... 20대의 푸름. 청바지의 블루.

문학이든 예술이든 결국은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청으로 된 것들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청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청원피스, 청 스커트, 청 백팩, 청바지, 청 티셔츠, 청 블라우스, 청으로 된 수많은 소품들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예술작품의 재료가 되리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니...

최소영 작가는 참신함 하나로 세계의 유명 작가들 반열에 섰다. 생각해보면 예술이나 문학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열정과 끝없는 탐색 능력과 호기심 그리고 낯섦에 대한 예민한 촉이다.     

글을 쓰면서 조금씩 안이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고인물처럼 나태해지는 자신을.

얼어붙은 인식의 바다를 깨트릴 도끼가 필요한 것일까. 깨어있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떤 글을 읽든 어떤 책을 읽든 그런 것들에 대해선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가지면서 정작 자신의 글에 대해서는 날카롭지 못하다면 이미 죽은 글을 쓰고 있는 것이리라.     


세상의 푸른 것들이 청바지뿐이겠는가.

생물학적으로 젊은것만을 젊음이라 칭할 수는  없듯... 영원히 푸른 정신을 지니고 있다면 영원히 젊은것이리라..     

최소영 작가는 부산의 익숙한 풍경들을 청바지라는 낯선 소재와 결합시켜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 그녀의 청바지 조각이 넘실거리는 바다가 되기도 하고 판잣집 지붕이 되기도 하고 거리의 나무가 되기도 하고 도시의 시멘트 벽이 되기도 한다.

옷장에 걸린 수많은 청..... 그 청들이 내 글쓰기에는 어떤 스승이 되어줄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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