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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에 죽은 상어를 위한 애도

야만의 시대에 죽은 상어를 위한 애도

 용산 아이파크 이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죽은 상어를 포토존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죽은 상어 한 마리가 얼음 위에 올려져 있다.

문제의 상어는 판매용이 아닌 포토존을 위한 것이었는데, 죽은 상어 옆에는 '이마트 용산점만의 이벤트(포토존)'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비치된 인형 모자를 착용한다',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등 사진 촬영을 위한 문구가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머리에 쓸 수 있는 상어 모양 인형탈도 놓여 있었다. 또 영유아에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 핑크퐁의 '아기 상어' 이미지도 첨부돼 있었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핑크퐁 캐릭터와 함께 상어 사체를 전시해두면 마트를 찾은 어린이들이 충격받을 것 같다", "먹을 용도가 아닌데도 굳이 전시하는 이유가 뭐냐", "식용 목적이 아닌 오로지 전시와 홍보를 위해 죽은 상어를 활용했다는 점이 문제"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어차피 상어도 생선인데 문제없다", "참치 해체쇼도 하지 않느냐" 등의 반응도 있었다.

                                                                                                           - 기사 내용 발췌 -     


죽은 상어가 눈을 부릅뜨고 누워있다.

그 옆에 상어 모형 탈을 쓰고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어차피 생선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반문한다면

바다낚시를 가서 월척한, 낚시꾼이 자기가 잡은 물고기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물고기의 탁본을 뜨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차피 인간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 무언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지 않느냐고?

이미 죽은 상어, 생명이 없는 상어를 사진 찍는 것과 죽은 동물을 특수 처리하여 박제시키고 그 앞에서 사진 찍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상어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하여 상어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더 나아가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인체의 신비전’도 있지 않느냐고?     

생명이 사라진 것들에 예의?를 강요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대답할 말이 없다.

누군가. 그리고 무언가의 희생을 딛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다른 생명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니까. 대형마트 수산 코너의 상어 포토존 하나에 열을 내면서 어쩌면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점심 메뉴로 연어 초밥을 먹을 것이다.

어쩌면 선택적 분노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자행되어온 그 모든 잔인한? 행적들에 비해... 왜 상어 포토존이 논란이 되어야 하는가는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죽은 생선으로 생각하면 드러누운 상어는 수산코너 매대에서 포토존 모델로 적합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호기심을 넘어서 어쩌면 엽기적인 느낌마저 든다. 

또 하나는 상어의 표정이다. 눈을 감지 않은 오히려 어떤 것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는 듯한 표정... 고사 지낼 때 상에 올리는 돼지 머리. 그 돼지들의 표정을 보면 눈을 감고 있는데 입은 웃고 있다. 웃는 느낌이 강할수록 더 값을 쳐준다고 한다. 왜 고사상의 돼지머리가 웃는 돼지일까 궁금했는데 그것은 죽기 직전 돼지가 웃고 있어서가 아니라 돼지머리를 가공할 때 입 사이에 줄을 집어넣어 일부러 웃는 표정으로 연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산 매대의 상어는 웃고 있지 않다. 죽기 직전에 눈을 부릅뜨고 죽었던 것일까? 어쩌면 상어다운 느낌을 부각하기 위해 이 또한 연출한 것이 아닐까. 물론 나만의 추축이긴 하지만....

누구를 위해 웃고 누구를 위해 눈을 부릅떠야 하는가? 그 죽음의 순간에 표정마저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 잔인하다     


알 권리, 호기심의 충족. 

앎을 충족하기 위해 대상을 해체하는 것은 잔인한 행위다. 그토록 작은 씨앗에서 거대한 나무가 자라는지 궁금하여 작은 씨앗을 잘라본다면 거대한 나무는 탄생할 수 없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 대상을 해체하는 것은 앎의 본질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

상어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지만 ‘아이 상어 캐릭터’와 연계하여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면 더 심각하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위해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 있다. 죽어가는 것들의 존엄.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비켜갈 수 없다.


언젠가 대양을 헤엄쳤을 상어의 몸짓... 날렵하게.... 하루하루를 견뎌가며 살았으리라.

바닷물 빛이 스미어 있고 그 바다의 내음이 묻어있을 그들의 몸.

해체된 죽음, 희화된 죽음. 상어의 등에 얹어놓은 아이스팩. 상어의 몸을 다 덮지도 못할 아이스팩 한 조각.

슬픔을 넘어 고통이 전이되는 것...

SNS상에서 비판이 폭주하자 용산 이마트는 슬그머니 상어 포토존 이벤트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 뒤 상어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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