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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일요일 아침. 에드워드 호퍼

이른 일요일 아침 (early Sunday morning)

에드워드 호퍼 1930     

이른 일요일 아침.

도시는 잠들어 있다.

늦은 토요일 밤까지 깨어있어야 했던 도시의 나른한 게으름 같은 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이른 일요일 아침 (early Sunday morning) 1930에 담겨있다.

에메랄드 빛 하늘과 붉은색과 진초록이 뒤섞인 도시의 건물.

지나가는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다.  정적과 고요와 고독이 남은 거리.

지난밤의 환락과 유희와 소란은 사라진 자리.

이른 일요일 아침..     

언젠가 왜 일요일이 SUNDAY 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태양의 날이라니....

게다가 우리는 월화수목금토일에 익숙한데 달력은 어느 순간 일월화수목금토로 되어있다.

그리 생각하면 일요일이 한주의 시작이라는 것인가.

게으른 나른함 따위는 집어치우라는 무언의 명령 같은.

달력의 새빨간 글자 ‘SUNDAY!!"     


캐럴라인 냅은 그의 책 『명랑한 은둔자』에서 일요일 아침의 적막을 견딜 수 없다고 썼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산뜻하고 멋진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어제 내게 내 존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면 나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을 것이다, 나는 독신여성에요.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서른여덟 살이고 외톨이처럼 살아요. 이 말이 슬픈 노처녀를 연상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내 목소리에 변명의 기미가 어려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미안해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지금이면 진작 결혼했어야 하는 건데 하고 멋쩍게 어깨를 으쓱했을지 모른다./ P 41   

       

외로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말 걸 사람이 아무도 없는 파티에 있을 때 느껴지는 단절의 외로움,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을 때 찾아드는 그리움의 외로움,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채 내리 며칠을 보내면 생겨나는 고립의 외로움들... 그런데 내가 제일 잘 아는 외로움은 일요일 오전의 그리움이다. 이것은 종종 사전 경고도 없이  마음속에서 솟아난다. 일요일의 외로움에 누군가 딱지를 붙인다면 ‘취급주의- 초강력’이라고 붙어 있을 것이다   / P 183        


일요일 아침. 사람들은 스멀거리며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망아지처럼 뛰어다닌다.

캐럴라인 냅은 창문을 열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일요일 아침의 소란을 본다. 듣는다. 느낀다

휴식의 날이라는 일요일이 더 고독한 그녀, 그녀의 집엔 초강력 취급주의 '외로움'이 내려앉아 있다.     

“그래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라고 중얼거리며 시리얼이 든 접시를 들고 식탁에 앉았을 것이다.                    


"그냥 보통의 삶. 나는 보통 사람이 되는 수업을 듣고 싶다. 이런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나는 평범한 노동자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시민, 바글거리는 군중 속의 이름 없고 얼굴 없는 한 구성원이고 싶다. 당신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당신도 혹시 그러고 싶은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것이 얼마나 손에 넣기 어려운 목표인지 알 것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목표다. 이것은 밤에 잠 못 이룬 채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에 당신의 손을 벗어나 있는 듯한 단순함을 열망하는 마음이다. 겸손한 영혼을 갈망하는 마음, 당신의 기대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 줄 현실적 세계관을 갈망하는 마음이다. 쉬고 싶은 마음, 당신 아닌 존재가 되려고 발버둥 치기를  그만두고 그냥 당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다. / P 285   

       

'당신 아닌 존재가 되려고 발버둥 치기를 그만두고
그냥 당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

이른 일요일 아침... 나는 캐럴라인 냅의 이 한 문장에 꽂힌다.

당신 아닌 존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그냥 당신으로(나로) 살면 되는 것을...     

이른 일요일 아침...

고요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 쉬고 싶은 마음들.

보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다.

3월의 바람이 서늘하다. 멀리서 까치가 울기 시작한다.

이른 일요일 아침에......../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려원 지음/ 2022 아르코문학 나눔 선정도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만족하지 말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든 너 자신의 신화를 펼쳐라.

복잡하게 설명하려 하지 말고

누구나 그 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너에게 모든 것이 열려 있으니, 걸음을 옮겨라

두 다리가 지쳐 무거워지면

너의 날개가 자라나 너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 올 것이니... 


잘랄루딘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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