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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홀로 선 나무. 쇠푸른 펭귄에게서 온기를 느끼다

바움가르트너의 사진 한 장이 주는 위로

독일의 사진작가 토비아스 바움가르트너가 호주 멜버른의 세인트 킬다 부두에서 촬영한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마리의 쇠푸른 펭귄이 나란히 앉아 빌딩의 야경을 바라보는 사진은 해양 전문잡지 ‘오세아노그래픽’에서 ‘커뮤니티 초이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쇠푸른 펭귄(학명: Eudyptula minor)은 펭귄 목 펭귄과의 조류이다. 신장은 평균 33cm이고 평균 체중은 약 1.5kg이다. 머리와 상반신은 푸른색을 띤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종종 '요정 펭귄'이라고 불린다.

바움 가르트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두 마리 모두 짝 잃은 펭귄이라고 소개하며 "멜버른 스카이라인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 위에 두 마리 펭귄이 몇 시간째 함께 서 있었다."적고 있다.


30cm 자 정도 사이즈의 두 마리 펭귄이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는 뒷모습. 아침 기사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살아갈수록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에. 누군가로부터 위로받는 것만큼이나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은 어렵다.

설령 위로를 건넨다 하더라도 가장된 위로. 혹은 과장된 위로일 때가 있다. 진심으로 마음이 움직여 위로를 건네기란 어렵다. 강한 척하는 사람일수록 위로받고 싶을 때가 많다. 위로받고 싶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강한 것, 구부러지지 않는 것들은 강풍에 쉽게 꺾인다. 약해 보이는 것들이 때로는 강하다.


어깨동무를 하고 야경을 바라보는 소 푸른 펭귄의 모습을 보며 조정래 작가의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가 떠올랐다.

/누구나

홀로 선 나무

그러나 서로가 뻗친 가지가

어깨동무되어

숲을 이루어가는 것. / 조정래

20201228_113127.jpg

서로의 짝을 잃은 두 마리의 쇠머리 펭귄이 서로를 위로한다. 바움가르트너는 사진 촬영 후에도 펭귄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몇 시간씩 함께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고 말한다. 서로가 뻗친 가지가 어깨동무되어 주는 것. 지느러미와 지느러미를 뻗어서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것. 두 마리의 펭귄들은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해진다.

어깨를 기대고 지느러미로 상대 펭귄을 감싸는 모습은 연출처럼 보이지 않는다. 진심에서 우러나 보이는 젊은 수컷 쇠머리 펭귄의 행동. 한 장의 사진에서 인간 세계에선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온기가 읽힌다./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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