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영혼에는 설렘이라는 울림판이 있다.
민병일은 프랑스의 초현실주의자들처럼 "삶은 언제나 경이로운 비밀은 간직하고 았다."라는
믿음을 동화로 보여준다.어떤 의미에서 그는 삶의 경이로움을 말하기 위해 동화라는 장르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여행자의 영혼에는 설렘이란 울림판이 있다."라고 말한다. 여행길에서 삶의 사소한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은 '마음의 빗장'을 해제함으로써 도처애 출몰하는 차라투스트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민병일의 여행 철학이다 /
오생근(문학평론가,서울대 불문과 명예교수의 해설 중에서)
저자 민병일은 서문에 스스로를 '울티마툴레'에서 온 방랑자라고 소개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자기 생의 방랑자인 것은 분명하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고 어디에서 우리의 방랑이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살아있는 한 방랑은 삶의 일부 혹은 전부일 것이다. 하늘을 떠받치고 서있는 바오밥 나무는 공기를 빚어 꿈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무제약적 선의지를 깃들게 하는 신성하고 거룩한 침묵의 시라고 그는 말한다.
또한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시인 휠덜린의 "우리는 해석되지 않은 채 하나의 표지로 있다"는 말과 생텍쥐 페리의 "난 언제나 나를 순수하게 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다."라는 두 개의 표식을 가지고 텍스트를 이어갔다고 한다.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유희와 순수함의 세계... 저자가 발견한 세계로 독자인 우리를 초대한다
이 책에 수록된 24편의 동화에는 꿈을 파는 방랑자. 그림자를 찍는 사진사, 감펠씨, 나무마법사 숨숨, 곡예사 야야투레와 샤샤, 순간 수집가. 잠자는 집시, 엉겅퀴홀씨. 자벌레, 거리의 악사, 물구나무딱정 벌레, 열등생, 글뤽할아버지 등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오밥나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낌없는 위로와 조언,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은둔자가 되었다가 거리의 악사가 되었다가 열등생이 되기도 하고, 무당벌레, 자벌레가 되기도 한다. 바오밥나무는 외롭고 고단한 사람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 좌절감에 젖은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준다.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한 저자는 어른들을 위한 (넓게는 모든 세대를 위한)동화에 그림까지 직접 그렸다고 한다. 황주리 화가는 그의 그림을 '샤갈과 루소와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그림을 합한 것" 같다고 평한다. 아름답고 정성어린 그림은 바오밥나무가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 처럼 느껴진다. 눈처럼 새하얀 바탕에 푸른 바오밥나무표지.수직으로 뻗은 나무의 모습 어딘가에서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게 되고 우리의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많은 책들이 쏟아진다. 책들은 모두 저마다 존재 의미를 갖지만 때로 어떤 책들은 독자와 공명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때로 어떤 책들은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하거나 상업적이어서 반짝 뜨고는 쉽게 잊혀진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병일의 < 바오밥나무와 방랑자>를 읽으면서 한국에서 탄생한 이 책이 역으로 생텍쥐페리의 나라 프랑스로 그리고 유럽으로 퍼져나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을 만큼 멋진 책이다. 황주리 화가의 말처럼 '바오밥나무와 방랑자'가 주는 상상력 호텔에 한참을 머무르다 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것들로 부터 한결 자유로워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삶이라는 방랑 길에서.... 언제나 찾아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바오밥나무 한 그루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이 책이 그리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모든 세대를 위한 메르헨...일독을 권한다.
잃어버린 설렘을 찾는 여행이 우리의 삶이고 방랑은 자기자신을 뛰어넘기위해 자기에게로 되돌아오는 체험입니다. 정처없이 걷다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껍질을 뚫고 나오는 각성된 정신이 있게 마련입니다.
《바오밥나무와 방랑자》중에서 /문학과 지성사(2020.7)
방랑자여! 삶 속에서 기회는 언제나 지금, 이순간이라네. 나무는 순간을 영원으로 살고 있지.골짜기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산등성이 나무는 바람부는 쪽으로 구부러져 있지만 다른 나무들보다 생명력이 강하다네. 나무는 자신의 존재 방식을 악조건에 맞도록 설계 하는 것이지. 저 바오밥 나무가 수천년을 사는 비결이 무엇인줄 아나? 기다림이라네. 시간을 견딜 줄 아는 기다림. 방랑자여!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내디디면 어디인가? "
"천 길 낭떠러지입니다."
"그 앞에 서보시게."
"방랑자여! 글뤽은 절벽 앞에 섰을 때 찾아온다네. 생의 절벽앞.저 아래로 떨어지면 끝이라 생각하는 순간에 글뤽은 찾아온다네"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