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한대수의 노래
<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장막을 걷어라
나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더 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또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 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 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 줘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접어드는 초저녁
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 도취했소
벽의 작은 창가로
흘러드는 산뜻한 노는 아이들 소리
아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고개 숙인 그대여
눈을 떠 보세 귀도 또 기울이세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 찾을 수 없이 밤과 낮 구별 없이
고개 들고서 오세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장 넘기며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포크 가수 한대수의 대표곡이면서 한국 포크 음악 역사상 손에 꼽히는 명곡으로 꼽힌다.
앨범이 발매되었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라는 가사 때문에 그 행복의 나라라는 것이 그 나라를 의미한다는 이유에다 "그럼 대한민국은 행복의 나라가 아니란 말이냐?"라는 식의 국민정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곡에 등재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나우 위키백과 인용)
장막을 걷고 좁은 눈을 넓게 보고 창문을 열고 산들바람을 느껴보는 일,
가벼운 풀밭 위를 걸어보고 봄과 새들의 노래를 듣는 이
울고 웃는 일,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창가로 흘러드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는 일
고개 숙인 그대,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고 손과 손을 잡고
청춘과 유혹의 뒷장을 넘기며
푸른 하늘 아래 넓은 광야로 달려가는 일
한 대수의 목소리로 듣는 ‘행복의 나라로’는 가슴을 후벼 판다
저마다 행복의 정의는 다를 것인데... 가사에 적힌 행복들은 지극히 소박하다
1970년대는 서슬 퍼런 독재의 시대였다. 감히 소소한 행복도 드러낼 수 없던 시대였기에 평범한 일상마저도 추구해야 할 ‘행복’으로 여겨졌던 것일까?
2024년 나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듯싶은데 열심히 살아온 것 같지 않다.
과정과 결과, 흔히 과정의 중요성, 과정의 질을 결과보다 중시하지만 늘 결과를 외면할 수는 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이, 우리의 시대가 결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몇 년 전까지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은 꿈이 있었다. 초롱한 눈망울, 적어도 행복해 보였다. 막연하지만 가야 할 길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사이... 아이들이 변한 것인지. 가르치는 내가 변한 것인지 모르지만
모든 것이 변해버린 듯하다. 생각과 사고... 보다 중요한 것은 늘 결과였다.
결국 나는 생각과 사고보다 쉬운 문제풀이를 택했다.
오래전 그 아이들을 생각한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얼굴을 맞대고... 한 아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옆의 아이가 웃는 그 아이를 보고 웃었다. 그 옆의 아이가 웃었다. 그 옆의 아이가, 또 그 옆의 아이가..... 웃음의 전염성이란 강력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웃고 있었다
이유를 모르는데 웃는 현실이 더 웃겨서 눈물 나도록 웃었다.
그 웃음의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웃는 얼굴에 세상이 주는 무게 따위는 없었다.
또 한 번은 눈 내리던 날이었으리라. 눈이 많이 내리면 하늘이 핑크빛으로 보인다. 작은 창문을 통해 눈을 바라보았다. 밤 눈이었다. 커다란 함박눈이 툭툭 대지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 눈이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니?
들어본 적 없다고?
그럼 지금 나가서 눈이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소리를 녹음해 보자고...
그것이 그날 수업의 핵심이었다.
또 어느 날인가. ‘아네모네의 마담’이란 소설을 이야기하다가 불을 끄고 소설에 등장하는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을 들려주었다. 어둠이 깔린 도시.... 학원을 여기저기 돌다 온 아이들은 어둠 속에서 미완성 교향곡을 듣고 있었다. 숨죽이고.... 그 아이들의 어깨에 내려앉은 미완성이 보였다.
어른처럼 보였다. 그 아이들이 언젠가 완성을 향해 가야 할....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신의 아이들
그래... 너희들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절대 지치지 말아야 한다고...
틀에 갇히지 말고 자유 의지대로 살아햐 한다고 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 아이들도 그 수업시간을 기억할까. 지금은.. 꿈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세상에 틈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아이들... 그 아이들의 시간이 늘 찬란하기를 기원한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을 만난다. 예전의 아이들이 아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지친 어른이 묻어있다. 희망을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어른이 된 덩치 큰 아이들
문득 슬퍼졌다. 아이들만이 변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그 예전의 열정 가득한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예전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일까 하루 종일 한 대수의 목소리로 ‘행복의 나라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그토록 애절하게 부르던 노래 ‘행복의 나라를 생각한다
’
아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고개 숙인 그대여
눈을 떠 보세 귀도 또 기울이세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 찾을 수 없이 밤과 낮 구별 없이
고개 들고서 오세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장 넘기며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아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아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너무 강렬하다.
제대로 살고 싶었다. 욕심껏...
그러나 늘 도발하지 못하는 나. 경계선 상에서 논리를 들이대는 나는... 삶에 비겁하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
행복은 공기와 같은 것인데... 코를 벌름거리며 들이 마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벌써 9월이다. 그동안 분주했다. 부지런히 무언가를 해왔다.....
그렇지만........ 허기가 몰려오는 것, 무언가를 분명해왔는데 제대로 한 것 같지 않다.
아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그의 목소리로 그 부분을 다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고 싶은 가을밤이다.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