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는 일, 내 안의 불꽃을 깨우는 일. 빨갛게 타오르는 일
흐릿한 존재에 무겁게 실려 있는
걱정들과 방대한 근심들 뒤에서
반짝이고 평온한 들판을 향해
힘찬 날개로 비상할 수 있는 자는 행복하여라!
생각이, 아침이면 종달새처럼
하늘을 향해 자유로이 도약하여 삶을 내려다보고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언어를 힘들이지 않고 이해하는 자!
< 비상> 부분 /보들레르
흐릿한 존재에 무겁게 실려 있는
걱정들과 방대한 근심들 뒤에서.... 반짝이고 평온한 들판을 향해
힘찬 날개로 우리는 비상할 수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미노스 왕은 괴물을 가두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미궁을 만들게 하고 괴물을 달래기 위해 먹이로 던져 준 아테네 왕자 테세우스가 괴물을 죽이고 탈출하자 화가 난 왕은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두어버린다.
탈출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뿐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이어 붙여 거대한 날개를 만들어 이카루스에게 달아주었다.
“너무 높게 날면 태양 빛에 밀랍이 녹아내려 추락하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날개가 젖어 날지 못한다. 그러니 너무 높게도, 낮게도 날지 말아라.”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지 않은 이카루스는 점점 높이 날아가다 날개가 녹아 추락하고 만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 ‘이카루스의 추락’은 ‘열정적 심장을 가진 이카루스가 하늘에서 추락한다’는 모티프를 품고 있다.
검은 몸 안에 빨간 심장을 가진 이카루스는 끝없이 날아오르다
<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제4부 존재의 변주곡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p288~289
검은 통로로 빨려 들어가듯 끝없이 추락한다.
‘너무 높게도’와 ‘너무 낮게도’라는 말의 감옥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이카루스의 몸짓을 생각하는 아침이다.
존재의 무게를 극복하고.
걱정들과 방대한 근심들 뒤에 숨지 않고
더 빛나는 곳을 향해 날아오른 이카루스...
비상과 추락에 대해 해석하는 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해 아침. 이카루스의 추락보다는 비상에 집중하여 생각하고 싶다.
“삶의 원리들을 활용하기 위해 현실에 적용할 때에는 검투사가 아니라 격투기 선수를 본받아야 한다. 검투사는 자신이 사용하는 칼을 다른 곳에 두었다가 시합에 나갈 때마다 다시 챙겨서 들고나가지만 격투기 선수가 사용하는 손은 그에게 늘 붙어있기 때문에 단지 손을 오므려서 주먹을 쥐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제12강
자신을 보호할 혹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검투사의 ‘칼’이 아닌 격투기 선수처럼 자신의 ‘손’을 단련시키는 일.... 이 말은 외적인 것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에게 붙어있는 것, 자신과 분리될 수 없는 내면적인 것에 집중하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내 안에 존재하는 것들, 내 안의 불꽃들...
라우라 에스키벨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우리는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댕길 수는 없다."라고 카카푸 인디언 출신 할머니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내 안에 성냥갑이 있고 누군가 불을 댕겨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성냡갑을 가진 자의 '발화 의지'가 아닐까..
발화 의지.... 불꽃을 피울 궁리를 하는 시간. 1월
창밖으로 흐린 하늘이 보인다
주중에 눈이 올 거라는 예보를 들으며... 일요일... 태양의 날(sunday)에 두려움 없는 비상을 꿈꾸어본다. 이카루스처럼 날개가 타버리더라도...
내 안에 불꽃을 일으켜 세워야지... 그 불꽃이 설령 내 날개를 태워버릴지라도.. /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8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려원 산문집 / 202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