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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집착, 광기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깃털 도둑 The Feather Thief/ 매우 불편한 소설

<깃털 도둑 The Feather Thief>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인간은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소유하려 한다.

마이클 소마레 Michael Somare 파푸아뉴기니 총리(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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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09년 6월 24일 밤,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16종 299마리의 새 표본이 도난당했다. 500여 일 후에 밝혀진 범인은 영국 왕립음악원의 플루트 연주자 19살 에드윈 리스트.

그는 어떻게 박물관에 침입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는 박물관의 귀하고 값비싼 보물이 아니라 하필이면 죽은 새들을 훔쳤을까?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커크 월리스 존슨은 이 이 기묘한 범죄에 얽힌 진실을 찾기 위해 5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저자는 이후 플라이 타잉 기술자, 깃털 장수, 마약 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를 만나, 그들의 은밀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깃털'을 통해 그려낸다.

저자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고 결국 5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트링박물관에 있던 새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였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기, 월터 로스차일드가 세운 동물박물관 이야기, 19세기말 여성들의 패션을 장악했던 깃털 열풍과 깃털 패션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자연보호 운동, 플라이 타잉의 세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P. 16~17 “박물관에 침입해서 뭘 훔쳤다고요?”

나는 방금 들은 말에 깜짝 놀라 엉겁결에 낚싯줄을 강물에 패대기치고 말았다. 덕분에 근처에 있던 송어란 송어는 모두 줄행랑쳐버렸다.

“죽은 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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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19세기 중반 아마존강 유역과 말레이 군도에서 십수 년의 답사를 바탕으로 종의 분포와 지리학 연구로 생물지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진화론의 발달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종의 기원』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찰스 다윈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자연선택에 따른 생명의 진화 원리를 발견했음에도 그의 업적과 노력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월리스는 오랜 지구의 역사가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물관에 최대한 많은 표본을 소장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간곡히 요청했다. ˝지구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분명 활용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새 가죽에는 과학자들이 아직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철저히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월리스는 이렇게 경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먼 훗날 우리는 돈 에만 눈이 멀어, 고차원적인 문제는 생각할 줄도 몰랐던 무지한 조상으로 후손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기록을 지키고 보존하는 대신 어리석게도 그 기록들이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후손들이 우리를 비난할 것입니다. 월리스는 반진화론 종교주의자들과도 당당히 맞섰다.


P. 41 윌리스는 종의 기원은 설명하지 못했지만, 지리적 위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았다. 그래서 다른 박물학자들이 지리적 데이터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는 것을 크게 비난했다. ˝자연사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물론, 박물관들조차 지리에 대한 설명은 대개 매우 불명확하게 제공한다. 특히 남미, 브라질, 기아나, 페루일대가 가장 심각하다. 분포지역을 ‘아마존강‘이나 ‘키토‘라고만표기하면, 아마존 남쪽인지 북쪽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정확한 정보 없이는 종이 분화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윌리스에게는 표본에 붙은 설명이 표본자체만큼이나 중요했다.


P. 61 월리스는 1863년에 쓴 논문에서 표본을 그렇게 많이 모은 이유를 설명했다. ˝각각의 종은 지구 역사를 담은 여러 권의 책들 가운데 한 권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개별 단어와 같다. 단어가 몇 개만 빠져도 그 문장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문명의 발달 과정에 반드시 수반되는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은 필연적으로 과거에 관한 귀중한 기록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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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마지막 30년 동안 수억 마리의 새들이 인간에게 살해됐다. 박물관 때문이 아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목적, 바로 여성들의 패션 때문이었다.


P. 70 에르메스 가방과 크리스천 루부탱 구두가 나오기 전까지 신분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은 죽은 새였다. 더 이국적이고 더 비쌀수록 더 높은 신분을 상징했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 새의 깃털일 것이다. 수컷 새는 암컷 새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신의 깃털을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어왔지만, 인간세계에서는 그 깃털을 이용해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고, 사회적 신분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새들은 수백만 년 동안 자기들끼리만 지내면서 너무 아름답게 변해버렸다.


P. 72 1886년 어느 유명한 조류학자가 깃털 열병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뉴욕 외곽의 쇼핑 구역에서 오후 시간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비공식적으로 조사했다. 700명의 여성이 모자를 쓰고 있었고 그중 약 3분의 1이 새 한 마리의 깃털을 통째로 달고 있었다. 모자에 꽂힌 새들은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이 아니었다. 뒤뜰에 날아오는 흔한 새들은 패션계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다. 유행을 선도하려면, 극락조, 앵무새, 큰 부리새, 케찰, 벌새, 루피콜라새, 쇠백로, 물수리 정도는 되어야 했다. 모자가 이렇게 새들의 공동묘지가 되어가는 동안 의류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한 상인은 벌새 8000마리로 숄을 만들어 팔았다.


왜가리와 타조 같은 새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때부터 전 세계 곳곳에 기업형 농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왜가리 같은 새는 새장에서 기르기 힘든 종이기에 가느다란 면실로 위아래 눈꺼풀을 꿰매어 앞을 보지 못하게 하고 길들이기도 했다. 새들은 이렇게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갔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당시,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배에서 가장 값나가고 보험료가 높았던 물건도 바로 깃털 상자 40개였다.


트링박물관을 채우기 위해 아무리 많은 새를 잡았다고 해도 전 세계 곳곳의 정글과 늪지 그리고 강가에서 벌어진 살육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1869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문명인’들이 몰고 올 파괴적인 잠재력이 두렵다고는 했지만 역사가들이 말하는 “멸종의 시대”가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은 몰랐다. 그 ‘멸종의 시대’에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동물이 인간의 손에 처참히 죽어갔다.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은 박물관에 있는 오래된 알 표본들을 서로 비교해 DDT 살충제가 쓰인 이후부터 알껍데기가 얇아지고 알의 부화율도 줄었음을 밝혀냈다. 덕분에 이 살충제의 사용이 완전히 금지될 수 있었다. 좀 더 최근에는 150년 된 바닷새의 표본에서 뽑아낸 깃털 샘플을 사용해서 바닷물의 수은량이 증가했음을 알아냈다. 그것 때문에 다른 동물들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수은에 중독된 물고기를 먹는 인간에게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깃털을 “바다의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에드윈은 혹독할 정도로 열심히 연습한 결과 빅토리아식 플라이 타잉 기술을 충분히 익혔지만 끊임없이 좌절감을 느꼈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에드윈이 만든 플라이도 켈슨의 책에 나온 플라이와 똑같아 보였지만 에드윈의 눈에는 칠면조와 비둘기 깃털로 만든 플라이는 어설픈 모조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에드윈에게 플라이 타잉은 단지 낚싯바늘에 칠면조 깃털을 묶는 작업이 아닌, 더 심오한 무언가를 찾는 과정이었다. ‘진짜’ 깃털이 없다는 생각이 족쇄처럼 따라다녔고, 만들지 못한 빅토리아 시대 플라이들이 환영처럼 마음속을 항상 떠다녔다.


P. 296~297 에드윈이 떠나기 전에 자신의 물건을 챙기는 동안, 우리는 그의 독일 생활에 대해 간단히 잡담을 나눴다. 나는 깃털 도둑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없는지 농담 삼아 물었다. 그런데 ‘도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가 말했다.

“어떤 단어들은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아요.”

“도둑이라는 단어가 그중 하나예요. 아주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할 때 도둑은 강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남의 주머니를 슬쩍하는 사람이죠. 다음 날, 다시 거기로 가서 또 다른 타깃을 찾고요. 아니면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쳐서 먹고살거나 혹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도둑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그가 학교 텔레비전을 훔쳤던 일을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저는 제가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도둑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요.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저는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지갑에 신분증이 들어 있으면 어디 찾아줄 만한 곳에 갖다 줄 거라고요.”

에드윈은 문을 나서면서 더 물어볼 말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 둘의 대화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고 예감했다.


나는 새를 보존하는 일이 인류에게 희망적인 비전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큐레이터들은 인류가 지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박물관 표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곤충, 햇빛, 독일군의 폭격, 화재, 도난으로부터 소장품을 보호해 왔던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켜내고 있는 표본들이 과학자들이 아직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쥐고 있다고 믿었다.


P. 344~345

박물관에서는 종종 절도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그 소식을 전해 들을수록, 박물관을 둘러싼 이 이야기 속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나 독일 비행선의 폭격으로부터 새들을 지키고자 했던 큐레이터들, 새 가죽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키워주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새들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그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신념과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같은 새라도 그 새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계속 제공될 거라는 신념 말이다. 또 다른 쪽에는 에드윈 리스트가 속하는,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 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지식이냐 탐욕이냐. 이들 사이의 전투에서 탐욕이 승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106 마리의 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에드윈이 모두 팔아버렸을까? 돈은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놓고?

아니면 아직 어딘가에 감춰져 있을까?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뒀을까?

이제 이 사라진 새들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나머지 새들이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았다.


P. 318 생각해 보니 옳지 않은 행위도 정당화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터 파머는 나라에서 보호하는 사자를 사냥감으로 되어온 가이드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에드윈은 자기가 물건을 훔쳐 나온 곳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고, 그 기관은 이제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 아니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롱은 그저 친구를 믿었기 때문에 플라이를 배우는 같은 대학생으로서 에드윈이 그렇게 비싼 가죽들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갖게 되었는지 묻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플라이 타이어들보다 육식이 환경에는 더 나쁜 것이 아닌지 의아해했다. 플라이 타이어들은 자기들이 가진 가죽이나 깃털이 박물관 것이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큐레이터들이 주장하는 사라진 가죽의 개수는 허수에 불과하다며 양심의 가책을 덜었다. 나는 누군가는 책임을 느끼고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시인해 주기를 바랐다.



에드윈은 자신의 취미 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다, 눈앞에 훔친 새들이 있으니 플라이를 만들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새 플루트를 여전히 갖고 싶었고 플라이 타이어들 사이에서 새로운 깃털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시간이 흐르자 죄책감도 희미해져 갔다.

먼지 냄새나는 오래된 박물관 구석에서 새 몇 마리 사라졌다고 누가 신경이나 쓸까? 어차피 박물관에는 그 새들 말고도 다른 새들이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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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회색 천 조각 위에 새를 올리고 집까마귀의 짙은 오렌지색 가슴 깃털을 핀셋으로 뽑았다... 이제 책상 위에 집까마귀 47마리가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껏 깃털을 뽑았다. 가슴 깃털 외에 검은 깃털은 타이어들에게 쓸모가 없었기에 가슴 깃털을 뽑은 새 가죽은 벽장 옆에 놓아둔 종이 상자에 던져두었다.


박물관을 침입한 지 500일 하고도 7일이 지나 비로소 경찰에 체포되었다. 경찰들은 에드윈의 ’ 머그샷‘을 찍고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과 대조하기 위해 혈액 샘플을 뽑은 뒤 유치장으로 들여보냈다.

졸업까지는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졸업장도 없이 영국을 떠나는 일, 오케스트라의 수석연주자가 되겠다는 꿈도 끝장나는 것이다. 그가 훔친 새들의 가치는 거의 100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에드윈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의 연기를 잘 해냈고 깁슨 사건의 선례에 비추어 집행유예 12개월의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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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에드윈 리스트는 수감을 피하기 위해 아스퍼거 증후군인 것처럼 연기하고

박물관측은 도난에 대한 과실 책임을 덮으려 하고

에드윈으로부터 깃털을 구매한 사람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수집가들 덕분에 동물학이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박물관을 가득 채웠다고 자랑스러워하겠지만 사실은 자연을 비운 것....”

월리스는 자연을 훔쳐서 박물관에 가져다 놓았다

자연의 성스러운 깃털을....

월리스가 위험을 무릅쓰고 자연으로부터 훔친 새,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박물관 저장고에 잠들어있던 새(월리스의 이름표가 붙은)를 에드윈이 훔친다.

에드윈은 새를 훔친 이유로 플라이를 만들기 위한 예술적 용도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새 플루트를 장만하려는 욕망 때문이기도 했다.

죄의식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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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은 전혀 매혹적인 책이 아니었다.

불편하고 또 불쾌한 느낌을 주는 책

특히나 에드윈 리스트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진은 이미 죽은 새들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새들은 월리스에 의해 한 번 죽고

에드윈에 의해 또 한 번 죽고

또..... 이 책을 읽으며 감히 이 책이 ’ 매혹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에 의해 또 한 번 죽는 셈이다.


가슴의 붉은 털만 뽑힌 채 종이에 담긴 집까마귀 사체...

참혹하다. 가장 멋진 플라이를 만들기 위해 출처도 알 수 없는 새의 깃털을 사려는 마니아들..


먼지 나는 창고에서 새 몇 마리 훔친다고 뭐가 문제냐는

그 무시시한 자기 합리화.... 그러면서 감히 오케스트라 수석연주자를 꿈꾼다.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예술을... 음악을 사랑한다 할 수 있는가..

인간의 야만에 몸서리 처지는 소설이었다.

거위털 패딩을 만들기 위해 거위의 보송한 털을 깎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벌거숭이 거위들, 벌건 살이 드러나는... 처참하고 참혹하다는 말 외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저자의 집요한 노력에는 박수를 보낼 만 하지만 깃털도둑에 대한 적법한 응징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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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본청 앵무새를 키우고 있다. 초록 깃털에 주황색 부리....

나의 아름다운 앵무새는 이른 새벽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어둠이 방안에 드리울 때면 완벽한 어둠을 만들어주어야 안심한다.

앵무새 전용 이불로 커다란 새장을 덮어 거실의 빛이 들어오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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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슈너트과 호두, 아몬드와 사과, 해바라기씨를 좋아하는 나의 아름다운 앵무새는

새장에 달아놓은 목욕통에 들어가 부리와 깃털을 정성껏 씻는다.

온몸을 부르르 떨며 젖은 물기를 털어내고...

가장 높은 가지에 앉아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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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도 잔인한 사람인지 모른다.

야생의 새를 감히 사랑이라는 핑계를 대며 좁은 방에 가두어 두다니...

나의 아름다운 앵무새는 나의 어깨에 올라타거나...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어주면 나의 배 위에 가만히 앉아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숨소리를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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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앵무새.....

인간의 말을 하는 나의 아름다운 앵무새...

『깃털 도둑』을 읽고 나니 더 죄짓는 기분이 든다.

살아있는 것. 길들이는 것.... 인간의 입맛대로............. 나도 어쩌면 넓은 의미에서 보면 자연을 비워서

내 방에 채운 깃털 도둑이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들로 불편하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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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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