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절정 책마을 해리에서..........
책마을 해리
책마을 해리는 1933년에 설립된 나성초등학교 나성분교를 2006년 출판기획자 이대건 촌장이 인수해 2012년 책마을로 재탄생시켰다고 한다. 외관은 시골학교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두고 건물 내부는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하였는데 버들눈 도서관. 책숲시간의 숲, 누리책공방, 서해바람 거칠 것 없이 불어오는 바람언덕, 온누리 책창고, 종이숲, 트리하우스 동학 평화도서관, 부엉이 도서관, 책감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대상 단체 프로그램으로 사전 접수를 받아 운영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방문하여도 된다.
몇 년 전 문인협회 수필분과 모임이 이곳에서 있었는데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에 올여름엔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10시 30 오픈이라 미리가 기다리니 책방지기가 멀리서 땀을 흘리며 달려온다. 나무울타리 사이로 보이는 전경은 말 그대로 시골 초등학교 모습이다.
부엉이 상징물이 상당히 많아서 물어보니 책방지기 말이 학생수가 줄어 폐교된 지 7년이 지나니 부엉이들이 학교에서 서식하여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폐교를 책마을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부엉이들은 떠났다고 한다.
7년여 동안 부엉이들의 학교였을 책마을... 지금도 부엉이들은 어디선가 두 눈에 밝은 등을 켜고
어둠이 내리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문 시간.... 고즈넉한 시간...
창문으로.... 책이 가득한 교실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미네르바 부엉이들처럼... 황혼 녘에 날개를 펴기 위해..
작은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갤러리 해리에서 출발하여 책방지기가 안내해 준 코스대로 이동해 본다. 8월의 태양이 너무 강렬하여 야외로 움직이는 건 무리였다.
운동장 입구에 헤르만 헤세의 책 모양 의자가 놓여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꺠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고즈넉한 학교 운동장... 벽돌담과 진초록 담쟁이넝쿨
파란 나무의자와 빨간 우체통.... 그리고 거대한 부엉이 도서관과 외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트리하우스...
철골로 된 고래 장식... 바다로 가지 못하고 강렬한 태양아래 박제된 것처럼 고래는 그곳에 꼼짝하지 않고 있다. '꿈을 꾸는 고래, 현실을 견디다'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15만 권 정도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가장 관심 가는 곳은 책숲 시간의 숲 방이었다.
빼곡히 들어선 책장, 수많은 책들...... 어딘가에서부터, 누군가로부터... 이곳으로 옮겨온 책들
.... 손때와 세월이 묻은 책들.......... 누가 이 책들을 펼쳐줄까?
해마다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린다고 하는데
휴일 이른 아침시간... 아무도 없는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 새롭다.
내 기억의 공간... 책마을 해리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아마도 누구나 거쳐온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 중첩되어 떠올라서가 아닐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붉은 벽돌담에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오르고 았었다. 역사가 꽤 오래된 학교였다. 명문이라는 표현은 아마도 역사 때문이라기보다 학생들의 부모가 유난히 전문직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그 당시에도 하교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고급 승용차가 교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으니...
책상과 의자가 사라진 교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형식적으로,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동선을 따라 이동하지만...
마음 한편 부엉이들이 7년여 살았었다는 말만 자꾸 뇌리에 남았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짙어지자 날기 시작한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책마을 해리 또한 어떤 형태로든 몸부림을 치지 않으면...
사라지고 잊히는 공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 몸부림이란 것은 결국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 북토크나 강연...
책을 통한 미끼 프로그램이 같은 것이리라...
우리나라에 있는 유명한 작가들의 문학관이나 책 갤러리 등이.... 박제 상태로 겨우 겨우 유지되는 경우도 상당이 많다. 사람의 온기와 움직임이 없는 공간은 결국 책들의 무덤이 아니겠는가...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이 다 허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정오의 태양만 강렬하게 내리쬐고 햇살아래 나서는 것이 두려운 시간.
트리하우스 아래에 서서 눈앞에 펼쳐지는 책마을을 바라본다.
한 무리의 여인들이 차에서 내린다.
소녀들처럼 깔깔거리며 달려온다.
아마도.... 나처럼 유년의 시절... 어린 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리라.
고창 해리면에 있어서 이름이 '책마을 해리'인 듯싶다.
책마을의 이름으로는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소녀가 된 여인들이 벌써 나무 계단을 타고 트리하우스로 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월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