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뭇잎 장례식에 두 마리 달팽이가 조문하러 길을 떠났는데 이미 봄날
<장례식에 가는 달팽이들의 노래>
죽은 나뭇잎의 장례식에
두 마리 달팽이가 조문하러 길을 떠났다네
검은 색깔의 껍데기 옷을 입고
뿔 주위에는 상장을 두른 차림이었네
그들이 길 떠난 시간은
어느 맑은 가을날 저녁이었네
그런데 슬프게도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봄이 되었다네
죽었던 나뭇잎들은 모두 부활하여
두 마리 달팽이는 너무나 실망했네
하지만 해님이 나타나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네
괜찮으시다면 정말 괜찮으시다면
여기 앉아서 맥주 한잔 드시지요
혹시 생각이 있다면
정말 그럴 생각이 있다면
파리로 가는 버스도 타보시지요.
오늘 저녁 떠나는 버스가 있으니까요
여기저기 구경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제 상복은 벗으세요
내가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지요.
상복은 눈의 흰자위를 검은빛으로 만들고
우선 인상을 보기 싫게 하지요
죽음의 사연들은 무엇이건
아름답지 않고 슬픈 법이지요
당신들에게 맞는 색깔
삶의 색깔을 다시 입으세요
그러자 모든 동물들
나무들과 식물들이
노래 부르기 시작했네
목이 터져라 노래했네
살아있는 진짜 노래를
...
아주 아름다운 밤이었네
그러고 나서 달팽이 두 마리는 집으로 돌아갔네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은 아주 감동했네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은 아주 행복했네
...
자크 프레베르
4월이 되었다. 지난가을 죽은 나뭇잎들의 장례식에 조문을 떠난 두 마리 달팽이...
검은 색깔의 껍데기 옷을 입고
뿔 주위에는 상장을 두르고 어느 맑은 가을날 저녁 서둘러 길을 떠났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봄이 되어... 죽었던 나뭇잎들은 모두 부활하였다
의기소침한 달팽이에게 해님은
죽음의 사연들은 무엇이건
아름답지 않고 슬픈 법이지만... 당신들에게 맞는 색깔
삶의 색깔을 다시 입으라고 조언한다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라고...
초현실주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 상상력이 대단하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부활하는 계절이다
4월... 메마른 가지에 연초록 잎들이 돋아난다.
나무는 제 몸 어디에 그 초록을 감추어둔 것인가.
연초록이 메마른 나무에 생명의 물기를 가져온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초록의 향연...
산들거리고 살랑거린다.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죽은 듯 겨울을 나고
견디고 이겨내고....... 마침내 부활한다.
나무란 참 경이로운 존재다.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 성삼일... 파스카...
벌써 1년이 지났다.
마치 상장을 두른 두 마리 달팽이가 애도하듯 길 떠나... 다시 1년 만에 돌아와 보니
이미 죽은 잎들이 부스스 일어나 부활한 것처럼... 나의 1년을 돌아본다
작년 이 맘 때의 나에 대해서.. 기억할 수 없지만 늘 같은 자리 같은 위치에서 제대를 바라보며 미사를 드렸다. 또 그렇게 1년이 지나갈 것이다.
해님은 검은 상복차림의 달팽이에게
자신에게 맞는 삶의 색깔을 입으라고 조언한다.
나무들은 봄에 어울리는 색들을 골라 입었다.
올봄 유행할 색상을 패션계에서 electric lime, rich purple, blush pink로 꼽았다
라임색.... 그러나 앞에 일렉트릭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보라... 그 앞에 리치... 핑크.. 그 앞에는 블러시라는...
라임이라는 그 아름다운 색상에 일렉트릭을 붙인 것은 지금이 AI. 시대이기에 가능한 조합일 것이다. 모든 색상에 일렉트릭이란 단어를 조합하면 삭막한 느낌이 든다.
일렉트릭 레드라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느낌이다.
일렉트릭, 리치, 블러시라는 수식이 미묘하게 거슬리는 느낌이 있지만
라임과 퍼플과 핑크는
봄의 색깔이다. 생각해 보면 지천에 흐드러진.
성 금요일이다... 파스카... 건너감에 대해서...
우리는 모두 또 어딘가로 건너가고 있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