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에 있든 나는 나의 것이다

베토밴 교향곡 5번 <운명> 그리고 세네카의 운명론

내가 어디에 있든 나는 나의 것이다


아침 클래식 음악 채널 편식의 유혹코너에서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집중적으로 틀어준다.

지휘자에 따라, 연주자에 따라, 공연 연도에 따라 베토벤이 5번 교향곡 <운명>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 강렬한 음악, 심장을 두드리는 힘.

모처럼 다시 운명에 대해. 베토벤에 대해 그리고 지금의 나에 대해 생각한다.


오래전 일이다.

병실에 아버지를 두고 돌아오던 밤. 집안엔 정적이 감돌았다.

어둠이 내린 시간.... 불을 켜지 않은 방.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미치도록 들었던 20대가 있었다

나는 묻고 싶었다.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다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며

운명이 나를 뒤흔들려는 것에 대해서

아직 푸른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한다는 가혹함에 대해서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내가 세상에 내던져져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서


창문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어둠 속에서 듣는 운명교향곡....

수많은 시간을 건너왔다. 운명에 맞서며. 순응하며, 저항하며, 끌려다니며, 받아들이며...



<층들>

수많은 삶을 걸어왔다

그중 어떤 것은 나 자신의 삶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며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가 아니다

여행을 계속해 나갈 힘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가 아니다

여행을 계속해 나갈 힘을 얻기 위해 뒤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지평선을 향해 작아지는 이정표들과

버려진 야영장에서 피어오르는 힘없는 불꽃들

....

어떻게 하면 심장이

상실의 축제와 화해할 수 있을까

...

그러나 나는 돌아선다

내가 가야만 하는 곳이 어디든

가고자 하는 온전한 의지로 기쁘게 나아간다

...

층들 속에서 살라

비록 그 의미를 해독하는 기술은 부족하나

의심할 여지없이

내 변신 이야기의 다음 장은

이미 써져 있다

나의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탠리 쿠니츠


수많은 삶을 건너왔고... 원칙 속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완고한 고집 속에 층을 건너왔다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나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묘한 이중성

결국 세상은 자신의 몫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체득하며 살아온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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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철학책을 펼친다

세네카는 운명에 대해 어떻게 말하였는지.


그대는 무엇하러 그리 많은 것을 새로 배우려 하는가? 이미 배운 것들을 다시는 잃지 않도록 확고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간은 대체 언제 가질 것인가? 이미 배운 것들을 직접 해보는 시간은 언제 가질 것인가? 지식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행에 옮겨 시행해야 한다.


일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잘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다른 일들로 지나치게 바쁜 영혼은 어떤 것도 깊이 수용하지 못하고 마치 힘으로 밀어 넣은 듯 죄다 다시 토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배우는 일에는 평생이 걸린다.


피할 수 없는 것들에 반항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에 휘둘리지 말라

“무엇이 위대한가? 불행을 명랑한 마음으로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위대한 것이다... 다가오는 일을 마치 원래 원하기라도 했다는 듯 받아들여라... 울고 불고 한숨이나 내쉬는 것은 반항에 불과하다.”

“운명이 유일하게 싫어하는 것은 태연 함이다.”

“무엇을 견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견디는지가 중요하다."


모든 것은 그것이 지닌, 정해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생겨나고 자라나고 소멸한다. 그대 눈으로 보는 머리 위 움직이는 것들과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것, 서 있는 곳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점차 힘을 잃어가다가 소멸할 것이다. 모든 것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모든 것은 생겨나고 자라나고 소멸한다.


운명이 준 것이 아닌 것은 운명이 빼앗아갈 수 없다.

인간은 외부의 파괴적인 영향에 접근 불가능하며 그를 극복 불가능하다, 인간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충실해야 하며,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하며, 모든 것에 대비해야 하며 자기 삶을 지배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내면에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질병. 전쟁, 난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상상하고, 그게 발생할 수 있는 빈도가 아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대비해야 한다. 마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일인 듯 갑작스러운 일에 굴복하고 무감각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말이다. 온 힘을 다해 운명을 눈앞에 현실처럼 그려보아야 한다. 그렇게 운명의 방문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대는 항상 많은 일을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 영혼은 두려움을 모른다.

그대가 희망하기를 멈추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희망에는 두려움이 동반된다. 희망과 두려움은 모두 미래를 바라보면서 불안해지는 마음의 동요다. 미래에 올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다.

세네카는 희망이라는 단어보다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선호했다. 자신감은 외부적인 것과 무관하고 영혼의 힘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불행으로 보이는 무든 것도 그대가 그걸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 불행이 완화되고 좋은 것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운명을 불평하지 말고 다가올 모든 일을 우아한 평정심으로 감내해야 한다. 그러면서 나쁜 일은 가장 좋게 해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며. 모든 불행은 우리가 평가하는 만큼만 불행하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믿는 만큼만 불행하다)

운명은 오로지 그대만을 선택해 그토록 무거운 불운을 겪게 한 것이 아니다. 세상 어느 집도 슬픔을 겪지 않은 집은 없다.

완전히 안전할 때조차도 영혼은 중대한 시험에 들것을 대비해야 하며, 은혜로운 운명의 시기에도 고난의 시기를 대비해 단단해져야 한다. 군인은 전쟁이 없을 때도 행군을 한다.


어떠한 일이 시작하면 쉬워지지 않는가? 어렵기 때문에 감히 건드려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히 건드려보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인생을 배우는 일에는 평생이 걸린다는 철학자 세네카의 말...

우리가 희망을 품으면 품을수록 그만큼의 두려움을 더 감당해야 한다.

“운명이 유일하게 싫어하는 것은 태연 함이다.”

“무엇을 견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견디는지가 중요하다."

끝없이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집요할 정도로 태연하게

끝없이 '어떻게'를 고민하면서...

4 월이다

비가 내린다. 비를 맞는 나무들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 지를 이미 알고 있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나무 위로

비의 교향곡이 쏟아진다. 운명이다. 제1악장...

내가 어디에 있든 나의 나의 것이다.... 운명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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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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