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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무늬 애호

일본 지하상가에서 고르고 고른 체크무늬 머플러는....

체크무늬 애호

체크무늬는 체스판의 무늬처럼 서로 다른 색의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무늬다. 다른 말로 ‘격자무늬’라고도 한다. 스코틀랜드의 민속 의상 ‘킬트’는 체스판 같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타탄이라는 색이 다른 여러 선이 교차된 체크무늬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 타탄 무늬 색으로 가문을 구분하고 있다고 한다. 중세 기사들의 문장(그림) 무늬로 자주 사용되었다.


체크무늬의 종류도 다양한데 타탄(tartan) 체크는 스코틀랜드 전통 문양으로 주로 사용되고, 하운즈 체크는 사냥개의 이빨이 맞물린 모양처럼 보이는 체크무늬, 깅엄(gingham) 체크는 가로 세로 같은 간격으로 좁게 배열된 체크, 아가일 체크는 마름모 형태로 구성된 체크, 옴브레(ombre) 체크는 진하고  연한 색깔을 번갈아 연결하여 색이 번지는 것처럼 보이게 구성된 체크, 마드리스 체크는 인도의 마드리스 지방에서 유래된 다색 체크이고, 얼터네이트(alternate) 체크는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체크무늬가 서로 섞인 형태다. 아마도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체크무늬가 더 있을 것이다.


체크무늬를 상품화하여 가장 인기를 끄는 브랜드는 ‘버버리’와 ‘닥스’가 아닐까 싶다. 버버리의 체크와 닥스의 체크무늬도 세련되고 멋있지만 개인적으로 타탄체크를 선호한다.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에 주로 등장하는 빨강과 그린이 적당히 잘 섞인 디자인이다. 체크무늬의 장점은 밋밋한 겨울의 우중충한 코트 색상에 포인트를  준다는 점, 그리고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전에 구입한 체크무늬 머플러는 지금도 여전히 새것처럼 보인다. 무늬와 색상 탓인지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음에 드는 체크무늬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소유하고 싶어 진다. 


일본처럼 체크무늬를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어느 해 겨울 일본 지하철에서 마주친 수많은 사람들... 그날따라 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다. 그처럼 차가운 날에도 아가씨들은 짧은 스커트에 가죽부츠. 그리고 누구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체크무늬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나는 문득 혼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엔 ‘체크를 싫어하는 사람과 체크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체크무늬 머플러를 한 개라도 갖고 있는 사람과 한 개도 없는 사람' 이렇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하철 안의 승객들 대부분이 각양각색의 체크무늬를 가지고 있었다. 머플러가 아니라면 가방에도 잔체크 무늬가 있었다. 그런데 같은 디자인의 체크는 하나도 없었다. 색상과 디자인... 수많은 체크들의 향연처럼 보였다. 눈이 즐거웠다.


자하 상가에는 다양한 체크무늬 머플러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정말 사고 싶었던 체크무늬 머플러는 가격이 상당하여 머뭇거리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체크무늬 머플러를 발견했다. 디자인도 훌륭하고 체크의 색상도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단지 겨울용 머플러 치고는 길이가 짧고 두께가 얇은 것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가격 대비 훌륭하다 싶어 후다닥 결재를 했다. 기쁜 마음으로 색깔별로 3개를 구입하고 숙소에 돌아와 포장을 열어보다가 웃음이 나왔다. 상점에서는 사는 데 정신이 팔려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  머플러의 뒷면에 선명히 찍힌 MADE IN KOREA! 

국내산 체크무늬 머플러를 사기 위해 일본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셈이다. 한국의 지하상가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것을 굳이 일본 지하상가에서 엔화를 내면서 고르고 골라서 산 한국산 체크무늬 머플러. 물론 여전히 마음에 든다. 가끔 그 머플러를 두르다가 체크 머플러 천국이었던 일본의 겨울 모습이 떠오른다. 뜨거운 음료를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는 자판기 천국이면서 체크 머플러의 나라....... 올해도 여전히 수많은 체크무늬들이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꼭 지금 이맘때 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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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무늬의 매력은 호피무늬가 갖는 본능적, 원초적인 느낌과 달리 질서 정연한 안정감, 규칙성, 신뢰감, 따뜻함, 배려...  그런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빨간색과 초록색이 섞인 타탄체크무늬 롱코트는 내가 좋아하는 겨울 코트다. 해마다 마음이 스산해지는 겨울, 그 코트를 꺼내 입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걸어 다니는 크리스마스트리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는다. 무채색 같은 겨울은 내가 좋아하는 타탄체크와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계절적으로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체크무늬 머플러를 꺼내어 두르고 마음껏 눈호강을 하는 계절이니 그래도 괜찮은 계절이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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