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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탈주기자 Aug 02. 2020

1-1. 일을 해보기 전까지 그게 어떤 일인지 모른다.

첫 수트를 실패하듯, 첫 직장은 안 맞을 수밖에 없다.



시작하기 앞서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나의 견해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즐겁게 일을 하는 누군가의 기분을 망치고 싶은 게 아니다. 현재 직업에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 이야기는 새 진로를 정하려는 사람, 꿈이 없다고 불안해하는 사람, 이직할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기자가 되어 그동안 쓴 글을 챙겨 학교를 떠나던 날. 내가 기자를 그만둘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10년간 기자가 되기를 꿈꿨고 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1년을 일하고 그만뒀다. 가장 큰 이유는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업으로서 기자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와 사회적 지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을 하며 가장 좋았던 점도 일의 재미 그 자체였다.

그러나 나는 주중 주말 구분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 능력보다 훨씬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하루 종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일 때문에 내 취미를 접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사회적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업에서 얻는 재미를 다른 모든 것을 덮을만한 보상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나와 맞지 않는 직업을 목표로 달려온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직업에서 뭘 원하는지 일을 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결국 첫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며 알게 된다.

인턴을 하면서, 선배 기자를 만나면서 직무에 대해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간접경험의 한계는 거기까지다. 기자를 10년간 꿈꾸면서도 그게 내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들을 수는 있지만 내가 거기에 맞는 사람인지는 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기자뿐만이 아니라 많은 직업들이 마찬가지다. 많은 직장이 입사 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무슨 직무를 맡게 될지 면접 중에 알게 되거나 입사 전까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직업이 나와 맞을지 알기 위해선 일해보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내 두 번째 직업은 내 마음에 들었고, 나는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운도 많이 따라주었지만 앞서 첫 직장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보통 첫 수트는 실패한다고 말한다. 첫 수트는 보통 부모님이 골라주거나 매장 직원의 추천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수트를 충분히 입어보지 않으면 내 몸에 맞는 수트가 어떤 건지 알 수 없다. 직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직장은 나랑 맞지 않는 게 당연하다.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을 필요는 없다.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버티려 하지 말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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