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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들 Jul 30. 2022

펜 드로잉, 습관 들이기

1일 1 드로잉은 아닐지라도 펜을 가까이하자.

오늘 스케치북 4권째의 마지막 장을 채웠다. 연초부터 시작해 20장짜리 작은 스케치북에 그림으로 채워 넣은 지 6개월이다. 그동안 펜과 씨름한 그림이 80장, 나도 놀라웠다.


처음에야 의욕이 타오르던 시기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지금도 꾸준히 펜을 잡는 것을 보면 펜 드로잉이 습관으로 정착되고 있는 증거 아닐까? 처음엔 내가 습관을 바꾸려고 하지만 결국 습관이 나를 바꾼다는 말이 생각난다.


나의 하루는 매우 이른 새벽에 시작된다. 나이 들어가면서 잠이 적어지는 현상이 있다는 데 나도 대개 새벽 3~4시경이면 눈을 뜨게 된다. 예전 같으면 몇 번 뒤척거리며 잠을 다시 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을 텐데, 요즘엔 그냥 눈을 떠 버린다. 뒤척거린다 해도 몽상으로 시간 보낼 뿐 쉬이 잠들지 못하는 것을 경험으로 깨우쳤기 때문이다. 절대 수면 부족 상태는 아니다. 보통 저녁 8시 뉴스 중간쯤부터 졸기 시작하므로 6시간 이상 충분한 숙면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게 되었다.  장안의 화제라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조차.....


새벽에 눈을 뜨면 따뜻한 물 한 컵을 들고 곧장 서재로 가는 데  이 시간이 내겐 제일 소중한 시간이 된다. 나의 뇌에 스위치를 켜고 심 호흡 한 번, 물 한 모금!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루틴.


서재 한 편에 마련된 작업대에서 벼루에 먹을 간다. 짙어가는 먹향은 아득하게 솔숲을 부르고 나는 맨발로 소나무 사이를 뛰어다닌다.  먹물에 얼굴이 맑게 비칠 무렵부터 1시간 여 붓글씨를 써 온건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글자의 획과 획 사이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일이야 말로 더없이 소중하다. 매일 아침 뜬금없이 오는 죽은 '좋은 글귀' 보다 아무렴 낫고 말고. 보내는 사람의 정성에 비해 감흥이 없는 '좋은 글귀'들은 사실 별로 좋은 글귀가 못된다.


1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두 번째로 하는 일은 스케치 북과 펜을 꺼내 드는 일이다. 빈 화면에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펜촉을 몇 번 움직이다 보면 짠 하고 나타나는 그림이 마법과도 같다.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수정하고 감상의 시간을 갖다가 마침내 사인을 하면  오늘의 드로잉 완성!

이런 생활의 연속으로 나에게도 습관이 생긴 것이니 그림 80장은 그런 면에서 나의 역사 기록물인 셈이다. 그동안 그림의 테마를 정하기 위해 고심했던 날도 많았다. 마침내 나만의 소재로 '한옥'을 택하고, 마땅한 한옥을 찾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떠난 던 일, 옛 사진첩을 샅샅이 뒤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현재는 프리랜서 일을 하느라 드로잉에 많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어반 모임이 수시로 있어도 참석이 어려운 이유다. 당초 어반 스케쳐를 동경하며 시작한 펜 드로잉이 집사 스케쳐 수준에 머물고는 있으나 펜을 늘 가까이하고 있는 게 큰 위안이 된다. 결국 완전하지는 않지만 습관이 되고 변화가 있었다.


늘 펜을 가까이하는 생활 습관, 그것이 곧 드로잉에 있어 성장의 지름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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