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 │ 플래티어 애자일 코치
‘린(Lean)’의 사전적 의미는 동사로 ‘기울다, 기대다’, 형용사로 ‘군살이 없는, 기름기가 없는’ 등의 의미가 있다. 린의 기본적인 의미는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것만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린 방식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부품을 쌓아두고 월말에 한꺼번에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불필요한 재고가 쌓이고 업무가 과중하게 몰리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선(先) 주문을 받고 주문에 맞춰 자동차를 생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의 시작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해당 방식은 낭비 요소를 줄이고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도요타가 단순히 주문 제작 방식만 가지고 모든 문제점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낭비 요소를 줄이기 위해 3무(무리(無理)·무라(斑)·무다(無駄))와 가치(Value), 가치흐름(Value Stream), 피드백 루프 등의 개념을 이해해야 조금 더 린 생산방식을 이해하고, 린 씽킹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무리(無理)’는 한자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직원들이 일정한 근로 시간 이상으로 ‘무리를 해서’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도요타 생산방식을 일컫는데, 월말에 일이 몰려 직원들이 자기 능력이나 정해진 시간 이상으로 근무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두 번째 요소는 ‘무라(斑)’인데, 번역하면 ‘편차, 균형이 잡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역시도 일감이 일정 시간 또는 계절에 집중적으로 많아지는 현상을 대표한다. 업무량을 평준화하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 번째로 ‘낭비’를 의미하는 ‘무다(無駄)’를 살펴보자. 기업은 낭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자재뿐 아니라 인력 부분을 모두 포함하여 낭비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제품 생산방식을 보면, 아직도 이런 요소들을 무시한 채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주문을 예측하여 사전에 생산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은 예측한 수량만큼 판매가 이뤄진다면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예측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악성재고가 쌓이게 되고 경영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일감이 몰리면 생산시설을 늘리거나 충원하여 제품을 더 많이 만들게 되는데, 이 역시도 직원의 번아웃을 유발하거나 과잉 투자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경영진은 이런 낭비의 근본적인 원인과 낭비 요소를 줄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린 씽킹은 짧은 시간에 적은 리소스와 노력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근본적인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아래 5가지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
1.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라
2. 가치의 흐름(Value Stream)을 식별하라
3. 중단 없이 가치를 흐르게 하라
4. 당기기(Full) 방식으로 일하라
5. 완벽을 추구하라
# 첫 번째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라’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고객이다. 고객이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하는 조직은 많지 않다.
우리의 고객을 명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혹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혹시 우리 제품의 가치가 우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
생산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우리가 정의해야 하는 가치다. 우리는 고객을 통해 이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 두 번째 ‘가치의 흐름을 식별하라’이다.
일하는 절차를 정확히 식별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조직 혹은 조직원들이 전반적인 업무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업무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조직원 개개인은 어떤 단계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인지해야 한다.
이것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명확하게 가치를 창출하는 흐름, ▲가치를 창출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흐름, ▲전반적으로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는 흐름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 중에 가치 창출을 하지 못하는 흐름은 바로 중단해야 한다. 가치 흐름을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의 무다(낭비)가 어떤 것인지, 이로 인해 조직원들에게 무리가 되는 요소가 있는지도 식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세 번째 ‘중단 없이 가치를 흐르게 하라’이다.
우리의 가치 흐름 과정에서 지연이 되는 요소를 찾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사실은 이 부분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지속할 수 있다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작업을 시각화해야 한다. 모든 작업이 투명하게 시각화된다면, 작업 흐름이 개선될 수 있다.
다음은 병목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작업 간 흐름의 연계성을 변경하기 위한 지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업무와 무관한 지연을 해소한다면 작업 흐름이 개선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작업 단위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 작업의 의존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작업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작업 의존성이 높아지게 되면 다른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대기를 해야 하니 당연히 흐름이 방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업 단위를 작게 만드는 것이 흐름을 어떻게 원활하게 만든다는 것일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큰 배치 작업에 비해 작은 배치를 자주 돌리는 게 상대적으로 효율도 높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도 더 높다. 그래서 요즘 애자일, 데브옵스(DevOps) 이런 것들이 뜨고 있는 것이다. 고객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여 높은 만족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네 번째는 ‘당기기(Full) 방식으로 일하라’이다.
기존 방식은 일방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작업 계획이 수립되고 밀어 넣기(Push)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기기 방식으로 전환을 하고 정착이 되면, 재고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서로 협업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기회가 된다면 교육에 참여해 보길 권하고 싶다.
도요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당기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분명히 높다. 특히 3무에 해당하는 것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애자일에서 칸반(Kanban)은 대표적으로 이 기법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 마지막으로 ‘완벽을 추구하라’이다.
이것은 끊임없는 개선을 의미한다. 무엇이든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아무리 고심해서 정의한 것이라 해도 분명 허점이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 즉 ‘한번 만들었으니 1년은 써 봐야 진가를 알지’ 하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다.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문제 요소를 파악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개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려되는 요소 첫 번째는 투명성이다.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유되어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누구나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누구나 더 좋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안에 긍정의 피드백도 필요하다.
린 씽킹은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적용하는 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애자일에서 린은 근간이 되는 가치이다. 여기에 린 씽킹이 더해지고 Scrum 또는 SAFe 같은 실천법을 도입한다면, 어느 조직에서나 애자일이 잘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점진적인 도입 방법을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하게 된다면 실패를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다.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