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 │ 플래티어 애자일 코치
조직이 애자일을 적용하려면 리더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애자일이 성공적으로 조직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리더의 의지와 강력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늘은 기본적으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리더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은 ‘많은 질문하기’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절대적 진리로 알고 있다. 물론 그 경험과 지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조직원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좋다. 회의를 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리더는 조직원들이 자기에게 맞춰 주길 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자. 리더는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해서 이미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파악한 상태이다. 이런 경우 많은 리더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드러내며 장황하게 설명한다. 만약 조직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면 화를 내기도 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조직원들의 동의를 얻기보다 그 자리를 회피하고 싶게 만든다.
이보다 현명한 방법은 이미 내가 답을 알고 있다고 해도 ‘왜?’를 자꾸 물어보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찾도록 하면 근본적인 문제 원인과 해결책을 찾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의도 얻어낼 수 있다.
(※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한 5Why 기법*을 연습하고 훈련해 보기를 권장한다.)
말을 줄이고, 듣기에 집중하며, 질문을 많이 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이다.
* 5Why 기법이란?
- 5번 연속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 문제의 본질과 해결책을 찾는 방법.
- 이 때 질문과 답을 통해 인과관계가 100% 확인될 때에만 다음 단계로 진행이 가능함.
두 번째는 ‘기다려주기’이다.
대부분 우리는 ‘답답해서 내가 하고 말지’ 하면서 혼자 알아서 처리해 버릴 때가 있다. 그래도 이 경우는 할 때까지 닦달하고 조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 필자도 ‘내가 하고 말지’라는 전자에 가까운 편이긴 하지만,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될 때까지 닦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최소한 일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은 상대방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고 문제를 풀어 나가게 된다면, 처음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찾고 운전하는 게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수월해졌다. 문제는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보니 자주 다니는 길도 한 블록만 벗어나면 새로운 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일도 비슷하다. 누군가의 조력이 있으면 일은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정해진 루틴을 벗어나게 되면 생소한 일이 되어버린다. 만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기다려 주었다면 좀 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로 얻어진 경험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정답을 알려주고 이끌어 주기보다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시행착오를 용인해주는 리더를 필요로 한다. 당장의 성과는 낮고 리더의 정신적 수양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명 성장해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은 ‘위임해 주기’이다.
리더가 본인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본인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의사결정권을 위임해 주는 것은 변화를 주도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핵 잠수함에 함장이 새로 부임했다. 하지만 그 함장은 한 번도 이 기종의 잠수함을 타본 적이 없었다. 아마 복잡한 잠수함의 모든 기능을 파악해서 완벽하게 모든 것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시간을 갖고 공부를 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함장이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엔진조정실에는 엔진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있을 것이고, 조타실에는 잠수함 조정을 잘 할 수 있는 관리자가 있다. 함장은 가야 할 목적지와 이유만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면 된다. 함장이 시시콜콜 모든 것을 명령하기 보다 각 담당 관리자가 알아서 함장의 명령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조정할 수 있다.
리더는 위임할 일과 본인이 직접 관리할 일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관여하면 의사결정의 지연으로 시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주 있는 결정은 아니지만 회사의 전략이나 비전, 한번 정해지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는 것 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거나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것들은 리더의 의사결정을 따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잦은 의사결정을 통해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 타이밍의 지연이 비용에 영향을 주는 것, 또는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들은 조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주는 것이 맞다.
모든 것을 본인 손에서 컨트롤하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애자일이 추구하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권한을 위임하고 자체적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내 손에 쥔 칼 한 자루보다 모두의 손에 쥐어진 칼자루가 적을 향할 때 더욱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네 번째 자질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리더는 혁신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자신의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하는 리더보다 조직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변화관리의 대가인 존 코터(John P. Kotter) 박사는 그의 저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원제: Leading Change)》’에서 ‘경영+리더십’, ‘해야 할 것+하고 싶은 것’, ‘머리+가슴’, ‘소수를 선택+다수의 다양화’라는 네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비전과 혁신을 통해 변화의 다양성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조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며,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면 몇 명의 리더가 이끌어 가는 조직이 아니라 모두가 변화를 이끌어 내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공적인 애자일을 위한 첫 번째 열쇠는 리더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여부이다. 본인 스스로 변화하고 변화를 주도할 때 애자일에 적합한 리더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애자일에 적합한 리더는 그 어떤 조직의 리더가 되어도 아주 좋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분들 중에 조직의 리더가 있다면 본인을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란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지, 성과에 대해 조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줬는지, 책임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말을 했지만 얼마나 많은 권한을 위임해줬는지, 마지막으로 내가 변화를 리딩하고 있는지 아니면 막고 있는지 말이다. 조직의 리더가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리더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참고자료]
* John P. Kotter,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원제: Leading Change), 김영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