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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마지막 글.

그리고 새해 다짐

원래 딱히 연말이라고 한 해 결산 같은 걸 하는 성격이 아니다. 지난 일년을 돌이킨다 해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만 절감할 뿐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을 켠 건 언젠가부터 페이스북이 과거를 종종 꺼집어 내 오늘의 나에게 들이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페북 포스팅이 타임캡슐의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랄까.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괴로운 일도 있었다. 좋은 음악이 많았던 한 해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새로운 인연과 가버린 인연이 언제나처럼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 봄에는 통영, 가을에는 구례-하동-광양-순창-정읍. 늦가을에는 오사카, 얼마전에는 속초-양양을 찍었다. 제주도는 딱 여섯 번을 갔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한 달에 한 번 씩 한국의 섬들을 돌아볼 예정이다. 해외보다 국내 여행이 더 즐거워지면 나이를 먹은 거라던데, 과연 그런가 보다.


10몇 년 만에 베어스의 우승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것 만큼이나 기억해야할 일이 있다. 올 해, 유독 압박을 많이 받았다. 책을 내라는 압박. 오래전부터 나를 지켜본 이들이 그랬고 비교적 최근에 나를 알게 된 이들이 그랬다. 다행히도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였다. 개중에는 압박을 넘어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고마운 협박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2015년의 가장 특별한 일은 글쓰기가 더욱 좋아졌다는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쓰고 싶은 욕구가 커졌달까. 글로 밥을 먹은지 10여년이 되면서 생기는 이끼같은 관성들로부터 벗어났다고 느낀다. 원고지당 얼마라는, 돈으로 치환될 수 없는 애정같은 거랄까. 쓰고 싶은 게 많아졌고 더 많이 쓰고 싶다. 그래서 새 해에는 연재를 두 개 더 시작한다. 하나는 음악과 술, 하나는 음식(정확하게는 식사)에 대한 연재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 안의 이런 욕망과 외부의 압박을 더하여 2016년의 최우선 목표는 책이다. 그 동안 썼던 글을 모으고 추려도 너끈히 몇 권은 낼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오래전부터 책으로 써야겠다 생각해온 주제로 내고 싶다. 그 주제로 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작년에도 이런 다짐을 하긴 했었지만 올해는 특별히 적어둔다. 2015년의 마지막 태양이 저물기 약 한 시간 반 전에.



*올해의 국내 음반 3

모노톤즈 <Into The Night>

김사월 <수잔>

트램폴린 <Marginal>


*올해의 해외 음반 3

Sufjan Stevens <Carrie & Lowell>

Jamie XX <In Colour>

Tame Impala <Currents>


*올해의 국내 노래

언니네 이발관 '혼자 추는 춤'

모노톤즈 'into the Night'

김사월 '악취'


*올해의 해외 노래

Sufjan Stevens 'Death With Deginty'

Grimes 'Flesh Without Blood'

Coldplay 'Up & Up'


*올해의 음악책

이대화 'Back To The House'

-일렉트로닉을 몰라도, 아니 심지어 음악을 잘 몰라도 재미있고 깊게 읽을 수 있는 음악 책.


*올해의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올해의 싱글 몰트

5월, SMWS 라이브에서 마셨던 카루이자와 증류소의 한 잔.


*올해의 음식

구례 동아식당의 내장탕.


*올해의 사진

오사카 도부쓰마엔(動物園前)역앞, 이름없는 동네 주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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