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판단보다는 타산지석으로
두 아이가 각자 주장이 가능하게 되면서 가장 짜증나는 순간은, 둘이 서로 고자질을 하면서 싸울 때이다.
"엄마, 오빠가 밀었어요!"
"엄마! 가을이가 우유 흘렸어요."
"엄마! 오빠가 나한테 욕해요."
소리를 버럭 지르고 "계속 고자질하고 싸우면 'TV시청 중지'나 '핸드폰 금지' 할 거야"라며 협박을 해야 조금은 서로 참는 게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서로 갇혀있으니 으르렁 대는 게 더 많아지게 되고 형제, 자매, 부모 간에도 어느 정도 거리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지금 전세계를 보라. 딱 그런 상황이다.
"엄마, 한국에서 코로나가 또 늘었어요."
"엄마! 베이징 수산 시장에 또 확진자 생겼대요."
"엄마, 미국 애들이 막 싸워요."
"엄마, 저 나라 경제 망할 거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 서로의 확진자 상황과 정세를 더 열심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또 뉴스에 집중할 시간도 늘어서일까? 외국에 눈을 돌려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경계하고 조심하자는 의미겠지만 사실 뉴스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나 자신도 조금 피곤하다. 나 하나만 잘 하면 되지...
중국 위챗의 가족 단체채팅방이 어제저녁 불이 났다. 중국 베이징에서 확진자가 생기면서부터였다. 이번에도 진원지는 시장이다. 베이징(北京)신파디(新发地)도매시장 그중에서 수산시장이다. 원래 신파디 시장은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유명한데 그 안에 수산시장도 있었던 것이다. 채소는 문제가 없다고 하나 이미 그 수산시장이 위치한 곳과 수산시장에서 나온 연어의 경로를 통한 3개 구(区)가 위험지역으로 정해졌다.
가족 단체 채팅방에서 위험군(?)으로 지목된 건 연어를 먹는 젊은이들(예를 들면 애들 아빠) 혹은 베이징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사촌 시누이일 것이다. 시어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은 연어를 잘 드시지도 않고, 베이징에 갈 일도 없지만 젊은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 말이다.
시어머니가 방금도 화상전화를 걸어왔다.
"내일 애들 학교 가니?"
중국이 불안하니 여기 있는 손자들도 학교 안 갔으면 싶으신 게다.
타산지석으로 삼고 마스크와 손 위생에 더 신경 쓸게요, 어머니. 거기 있는 애 아빠 단속만 좀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