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혹은 이혼을 앞두고 있는 누군가에게 드립니다
2006년, 결혼을 2년 앞둔 시점이었다.
베이징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나는 당시 남자친구의 사촌 누나 A와 가끔 만나는 사이였다. 그녀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고 나도 멀지 않은 곳에 자취를 하고 있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날 수 있었다. 톈진의 대학교에서 졸업을 하고 베이징에서 일을 한 그녀는 남자친구를 따라 이른바 '상류사회'에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어느 날 밥을 먹으면서 나에게 웃으며 질문을 했다.
"왜 D(지금의 남편)와 결혼해?"
순간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멍해졌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앞으로 시댁 식구로 만날 형님인데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내가 못마땅하다는 것을 이런 질문으로 하는 걸까, 라며 생각을 잠깐 하고 있으려니
"아니, D는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이룰만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결혼을 하려고 하나 싶어서 물어보는 거야, 너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내가 남편보다 철은 좀 더 들어 보였는가 보다.
"그쵸?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도 그걸 잘 몰랐다. 왜 결혼을 결심했는지. 당시는 정식 프러포즈도 받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대로 결혼까지 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둘 다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1년 뒤 계획 임신으로 내가 첫 아이를 낳고 나서 약 6개월 후 A도 딸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팝아티스트와 결혼하였고 상대는 재혼에 중학생 아들이 있는 상태였다. A는 딸을 낳고 한 달도 안 되어 (지금 생각해 보니) 산후 우울증으로 이혼을 하고 싶다며 아이를 안고 우리 시댁에 온 상태였고 막 출산한 A를 돌보지 않고 집안일도 하지 않는 형부를 보며 이혼하는 것도 괜찮겠다며 그녀를 응원했었다. 하지만 베이징에 돌아간 후 그녀는 이혼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 되던 해 여름, 중국 시댁에 아이 둘을 데리고 갔었다. 숨 막히는 시댁 때문에 나는 1박 2일로 휴가를 달라고 했었고 남편과 시어머니는 이를 갈면서 허락은 했지만 양쪽이 마음은 편치 않은 상황이었다. 톈진에서 1박 2일로 갈 데가 어디 있겠나. 베이징에 가서 잠시 A를 만났고 거기서 훠궈를 먹으며 긴 회포를 풀었다. 시댁 식구이지만 시댁 식구 같지 않은 A는 과거의 우리 대화를 떠올리며 삼관(三觀)에 대해 얘기했다. 예전에 나한테 얘기했었다면서, 자신도 남편과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각자 결혼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며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한 달 여의 중국 시댁 방문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그녀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 남편과 나의 갈등을 이 세 가지에 대입시켜 보니 정확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계관 - 세상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생각이나 관점
인생관 - 살아가는 목적, 가치, 의의에 대한 관점
가치관 - 객관적인 사물이 나타내는 것에 대한 관점,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 등
2015년에 한국에 정착하면서 약 2년 간은 편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다음 2년은 충돌을 피하는 갈등상태, 그다음 2년은 반 포기 상태. 그렇게 진흙탕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9년째 접어드는데 매일 얼굴을 보고 있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는 철저히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해 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승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다름'이라는 것은 삼관의 '다름'이 아니었나 싶다. 세 가지로 굳이 분류하자면 사소한 생활 습관부터 복잡하게는 부모로서의 책임까지 세세하게 분류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충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에는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먼 훗날일 것도 없이, 5년만 있으면 아들이 성인이 된다. 혹여나 아빠처럼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 운운하면서 상대를 데려온다면 이 삼관에 대해 천천히 알려주고 싶다.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너무나도 많다. 우선은 너의 삼관이 어떤지 같이 생각해 보고 상대는 또 어떤지 생각해 보자며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생명을 중시하는 기본 원리에서 본다면 어떤 삼관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다른 '삼관'을 가진 상대일 뿐이고 그 '다름'에서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정도로만 들어준다고 해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거라고 본다. 사실 결혼이나 이혼이 인생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정신 소모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