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보며 일기를 써내려간다
즐거운 봄이 찾아와
H. 하이네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꽃들이 피어날 때
내 가슴속에는
사랑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어요
즐거운 봄이 찾아와
온갖 새들이 노래할 때
그리운 이의 손목을 잡고
불타는 이 심정을 고백했어요
5학년 2학기 내 일기장 뒤표지에 정성스레 써 내려간 하이네의 시이다.
첫 장을 보니 11월이던데 무슨 마음이었는지 봄에나 읽을만한 시를 써놓았네.
그때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고 정말 기분 좋을 때였으니까. 그 기쁜 마음이 오래갔었나 보다.
엄마는 고통스러웠던 결혼 생활 내내 일기를 쓰셨고 지금도 가끔 쓰신다.
'나 죽고 나면 보라고' 하시면서 일기를 쓰는 이유를 말해주셨는데, 그리고는 내 일기장도 내가 없던 10여 년의 시간을 건너 간직해주셨다.
지금 읽어보니 의미 없이 지나갔던 내 초등학교 6년의 시간이 소중하고도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는 걸 요즘 새삼 느낀다.
큰아이의 ADHD로 내가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 1년이 다 되어 가고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상담하는 동안 나의 기억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을 많이 했었다. 난 왜 이렇게 상처가 많고 그걸 잘 포개서 밀어 넣으면서 살았던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일기 구석구석에서 그것들이 보인다. 그래서, 일기는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내 일기장에 관한 글의 인트로다. 매일 의미 있던 사건을 떠올리며 곱씹어보려 한다. 난 그런 걸 잘한단다. 분석하고 생각하고 정의 내리고, 평가하고. 내 머리를 터지게 만드는 이 습관을 여기서 풀어야겠다.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