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님의 <작별인사>를 읽고
여름은 왔지만 휴가는 없다. 뛰어버린 물가와 여러 앱을 뚫어지게 하루 종일 봐야 뭐든 예약이 되는 내 성격 탓에 이번에는 휴가를 포기했다.
집 앞 디자인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선심쓰듯 하루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나는 독서와 낮잠을
<작별인사>는 시간을 순삭시키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문체를 곱씹으면서 읽는데 한국 소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번역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휴식과 함께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사실 좀 불편했다. 난 잔소리 듣는게 싫은데, 소설로 잔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내가 매일 아이들에게 하는 말처럼, ‘책을 읽어야지, 왜 맨날 핸드폰만 들고 있니?’
내가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항상 피곤한 이유는 자기 전에 핸드폰을 오래 봐서란다. 안경점 사장님이 그랬다.
디지털 마약..그게 맞겠지. 하지만 멈출 수 없다. 필요할 때도 많고.
그래,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것들이 많지. 그런 미래가 올 수도 있겠지. 알았다고요. 하지만 주제나 소재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더 많은 내용은…
어떻게 작별을 준비하느냐.
난 게으르고 즉흥적이라서 이런 내가 싫을 때가 많다. 자기 전에도 ‘내일은 좀 치우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이렇게 다짐을 한다.
근데, 내일 갑자기 내가 세상과 작별해야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종종 그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드니까 건강 염려증도 생겼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사실 사람에게 작별인사는 필요하지 않다. 난 평소에 잔소리를 많이 하므로.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내 잔소리를 집대성한다면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작별인사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사랑한다, 사랑했다’ 이 정도만 더하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내 주변 정리가 모자라다는 것.
아무튼 책을 다 읽고 그 다음 날 난 많은 일을 했다. 세탁기를 두 번 돌리고 냉장고 정리를 하고 아이들의 밥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멀리 있는 남편에게도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엄마에게 멜론도 갖다드렸고.
후회없는 내일을 위해 오늘은 열심히 살아야겠다.
<작별인사>는 언제라도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