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왜 그렇게 열심히 해?

by 여노노

시작은 다이어트였다. 거울 속 살찐 내 모습에 따라오는 자괴감을 견딜 수 없어서, 작은 옷장 속 살 빼면 입어야지 하고 묵혀둔 옷이 늘어나는 게 답답해서, 인생을 이만큼 살았음에도 항상 무엇인가 이루지 못해 갈망하는 상태의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서였다.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내 몸만큼은 온전히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밌고 즐겁다는 어느 연예인의 말마따나 ‘나도 내 마음대로 좀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을 터였다.


그렇게 오기를 뒷받침할 의지를 돈으로 구매했다. PT를 등록한 것이다. 초반 등록한 수업 횟수를 다 채웠는데 묵은 옷이 예쁘게 맞기는커녕 정말 기묘할 만큼 한 톨도 변하지 않은 외형에 좌절했다. 내 맘대로 된다며. 전혀 안 되는데? 분노가 일었다.


순간 과거의 실패가 번뜩였다. 너 예전처럼 이렇게 잠깐 하고 말 거 아니잖아. 목표에 다다르면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거 알고 있잖아. 그렇게 나의 분노 에너지는 조금씩 의지로 승화되어 갔다. 사실 분노하고 말 것도 없이 애초에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한다. 1순위 목표는 ‘운동은 습관’이 되어야 했다.


올 해의 마지막 날에는 풀업을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져본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풀업의 시작은 매달리기. 발이 닿지 않는 바(bar)에 매달려있다 보면 이것이 인생의 무게일까 싶어 진다. 내가 이렇게 무거웠구나. 나는 매일 이 무게를 이고 지고 어르고 달래며 살아가고 있구나. 처음엔 고작 10초도 매달리기 어려워하던 나의 몸이 매일을 거듭하며 무게에 적응하고 더욱 탄탄하게 받칠 수 있게 근육이 붙어 차츰 시간을 늘려 나간다. 15초, 20초, 25초…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무게를 짊어진 내가 대견하면서도, 지금보다 가벼우면 들어 올리기 한결 수월해지는 만큼 마음도 가벼워져 망설임 없는 가뿐함으로 일상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5월 한 달,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매일 아침을 땀 한 바가지 흘리며 시작한다는 건 자칫 깊은 생각의 늪에 빠져 나를 괴롭힐 감정의 누수를 막아낼 굳은살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된 값진 경험이다. 예쁘진 않아도 짧고 통통한 내 손에 박힌 굳은살 귀여워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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