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도 괜찮아
완벽을 추구한다. 자꾸 완벽해지고자 애쓴다. 달성 목표가 있는데 그게 내 의도대로 안 되면 버럭이가 선장이 되어 조타하곤 하지. 내가 완벽한 것은 물론이고 상대도 그랬으면 하고 바란다. 가끔 후배가 내 기대에 못 미칠 때, 이렇게 저렇게 다시 해보자고 말하기에 앞서 차라리 내가 해 버리는 게 편하고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서 후배를 안내하는 것도 일의 일부라 개인의 엄격한 기준은 내려놓고자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대체 왜, 뭘, 그렇게 잘 해내고 싶을까. 꽤 오랜 시간 인정에 목마른 나의 결핍을 발견한다. 어디에서건 상황을 이끄는 타고난 성향이 많은 순간 리더의 위치에 있게 해 주었고, 그 지위는 부담이거나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인정욕구가 더해지면 그때부턴 헤데이크 마이 온다. (그게 누구든) 상대보다 훨씬 수준 높은 결과물을 내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철저한 기준, 하이 퀄리티 아웃풋으로 자신을 증명해야만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관념이 깊게 내재되어 있으므로.
숱한 소개팅에서 상대가 호감을 표시해 왔을 때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거절했었다. 그렇지만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완벽하지 않은 나'라는 민낯을 용기 내어 마주한다. 내가 예쁘고 날씬하지 않아서, 프리랜서 계약직이라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서, 한 부모 가정이라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치부하는 두려움이다.
엄마의 시선을 받기 위해 자신을 계속 증명해 내야 했던 어린아이를 바라본다. 혼자서 밥 잘 먹으면 엄마가 칭찬해 주겠지, 동생을 잘 돌보면, 젓가락질 잘하면, 받아쓰기 백 점 맞으면, 시험 점수 평균 95점 넘으면... 그 누구도 시킨 적 없음에도 스스로 사랑에 조건을 붙인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되뇐다. 타인의 인정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인정이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