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fort Zone

by 여노노

올 초에 인생을 회고하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안전지대를 벗어난 도전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일이라는 답변을 했더라. 사실 엄밀히 말하면, 안전지대를 벗어날 선택을 주체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주변의 상황에 의해 '떠밀렸다'라는 게 적확한 표현이겠지만. ​


벌써 3년 전이다. 꼬박 만 4년을 함께한 사수 선배에게서 다음 작품은 자신의 품을 떠나 다른 곳에서 혼자만의 세계를 펼쳐보라는 권유를 들었다. 모종의 정치적 이유였다. 능력이 부족했다거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면 수긍이 좀 더 쉬웠을까.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심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쳐졌다 혹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지우게 되기까지 많은 순간 눈물을 훔쳐야 했다.

갑작스러운 홀로서기였지만 모든 과정을 혼자 꾸려나간다는 건 의외로 적성에 잘 맞는 일이었다. 업무에 있어서 모든 결정권과 그에 따른 책임까지도 함께 주어졌을 때 가장 재밌게 즐기며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고 구르면서 매일 머리를 쥐어뜯었음에도 완주 지점에서 한 뼘 훅 성장한 자신을 체감하는 희열은 계속해서 담아두고 싶은 감정 중 하나다. ​


영국을 떠나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어언 십 년간 영국을 그리워했다. 지금의 연륜을 가지고 다시 영국을 가도 십 년 전과 같이 설렐까. 테스코에서 사 오던 5파운드짜리 꽃다발, 가난한 유학생이라는 패배감에 젖을 때면 큰맘 먹고 가던 웨이트로즈와 아시안 마켓, 매번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날엔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게 되는 프레타망제 샌드위치, 으슬한 한기가 느껴질 때면 꼭 마셨던 코스타의 카페라테까지. 그러나 현실은 애타게 사모한 애정과 반비례하여 자꾸 멀어져 갔다. 그때를 추억할 수 있을 만큼 오랜 기간 체류하며 일상을 살아보겠다는 다짐은, 매번 다음을 내년을 기약하게 했다. 휴가가 4박 5일밖에 없는데 영국까지 가기엔 돈과 시간이 아까웠고, 일정이 넉넉했을 땐 통장 잔고가 넉넉하지 않았고, 조금 무리해서라도 갈 수 있는 통장의 여유가 생겼을 땐 업무에 파묻혀 물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


꾸준한 루틴이 자리 잡은 요즘의 일상을 깨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영국을 가 볼 요량이다. 또다시 새로운 곳에 자신을 던져놓을 용기가 생겼다. 이젠 스스로 comfort zone을 벗어날 선택을 했다는 게 한 발짝 나아간 일이다. 찢어진 근육이 회복하면서 성장이 이뤄지듯이 일상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생경한 자극은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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