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오늘은 나의 날

by 여노노

오늘은 나의 생일. 생일은 대체로 행복한 날이지. 그래서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무언가 특별하게 보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탓에 마음과의 괴리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럼 괜히 심통을 부리고 싶다. 생일은 왜 특별해야 하지? 특별하지 않으면 안 돼? 하는 표독스러운 생각에, 일 년 중 오롯이 너만을 위한 하루라는 건 특별한 거잖아.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


예정일이 추석 연휴 직전이라 아기와 함께 할 연휴를 기대했던 엄마는 예정일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며 만삭의 몸으로 명절 음식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전전긍긍한 명절을 보냈다고 했다. 그래서 나의 생일은 종종 추석 연휴와 겹치곤 한다. 그럼에도 친구는 나의 생일이 9월의 마지막 주에 자리했다는 사실을 부러워했다. 한 학년의 중반부에 위치한 9월엔 이미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들과 평소처럼 등교해 함께 생일파티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돌이켜보면 친구의 말처럼 대개 즐겁게 복작거리는 생일을 보냈던 것 같다. ​


생일은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는데, 엄마를 보내고 난 뒤엔 대체로 가슴 쓰린 날이 됐다. 특히 오늘은 의도하지 않아도 엄마가 머릿속에 둥실 떠오른다. 엄마의 기일보다 나의 생일에 엄마가 더 그리워지는 것은 우리 가족이 해체됐음을 피부로 가장 깊숙하게 느끼는 날이어서일까, 그녀와 내가 분리된 최초의 날이어서일까. 엄마가 있었다면 나의 생일 풍경은 달랐을까? 내가 좋아하는 엄마표 조개 미역국 냄새에 눈을 뜨고, 저녁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케이크에 촛불 끄며 소원 비는 평범한 모습이었을까? 엄마에게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생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하루였을까?

온통 가정법으로 가득한 생일이지만 축하를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특별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근사한 저녁식사와 깜찍한 케이크, 으리으리한 선물 없이도 그 자체로 오롯이 완벽한 생일이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친구들이 있고, 너무할 정도로 평상시 같은 무탈한 일상은 찐하게 감사할 일이다.

오늘은 나의 날.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제일 많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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