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시간을 사랑해

by 여노노

깜깜한 시간을 사랑한다. 스탠드 불 하나만 켜둔 채로 따뜻한 차를 내려 적막 속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 최소한의 불빛과 고요함으로 오감을 쉬게 해주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 쇼팽 녹턴 앨범을 틀어두고 그 사이로 토독토독 키보드 소리가 채워지는 밤의 느낌.

작년 여름즈음부터 새롭게 새벽시간을 쓰기로 다짐하면서 일찍 잠에 들었는데, 하절기에는 아무리 이른 시간에 일어난 들 햇님의 기상시간도 그만큼 빨라서 컴컴한 시간을 양껏 즐기지 못하는 것이 퍽 아쉬웠다. 어쩌다 쉬이 잠이 들지 않는 늦은 밤이면 이 애정하는 시간을 두고 서둘러 잠을 청해야 한다는 것이 왜 이리 억울하던지. 애석하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세상의 이치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오늘은 평소보다도 훨씬 일찍 눈이 떠졌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금방 해가 뜰까 봐서 허겁지겁 고요를 즐기려 허둥댔었는데. 이젠 차분하게 앉아 마음껏 어둠을 즐겨도 충분할 만큼 해가 짧아졌다. 겨울과 여름 중 고르라면 언제나 여름이 먼저였던 내가, 적막의 고독을 지키고자 겨울의 손을 들어주다니. 오롯이 혼자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버린 탓일까.

왠지 이번 겨울은 짧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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