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미워지는 날엔 상당 부분 슬펐다. 당신의 나쁜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은 상그러울 만큼 까칠하게 만든다. 너의 말과 태도 중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내가 통탄스럽다. 당신이 쉼 없이 뱉어내는 푸념도 책망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우리가 비슷해서 좋았었는데 이젠 우리가 고만고만해서 밉살스럽다니. 빈대떡 뒤집듯 뒤엎일 마음의 한 치 앞을 모르고 섣불리 표현한 감정을 뒤늦게 주워 담아보지만 한 번 드러낸 속은 철회할 수 없다. 그저 변덕스러운 인간이 될 뿐이다.
분명 좋았던 네가 미워지는 것이 너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나의 지분도 있기에 당신을 탓할 수 없다. 오롯한 나의 불찰이라기엔 미움의 적확한 이유가 있다. 네게서 나의 치부를 발견하는 순간과, 애써 숨겨왔던 어두운 마음을 콕 집어내 나를 수치스럽게 하는 그 말이 그랬다. 나를 너무 사랑하고 싶은 날에는 네가 미웠다. 나를 너무 사랑하고 싶기 때문에 네가 미워지는 것이었다.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나였다. 가장 밉다는 건 가장 사랑한다는 뜻이다. 당신이 밉다는 건 자신을 지독하게 애증 한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라는 이치를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