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이모는 드디어 너를 처음 만났어. 네가 백일을 갓 넘기고서야 품에 안아볼 수 있었다. 네 뒤통수에서 풍기는 아가 냄새를 있는 힘껏 맡는 순간, 너는 정말 내 조카구나 하는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왜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어. 그냥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세상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일도 있단다. 너희 엄마와 각별한 사이라서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어쩌면 네 엄마와 나는 자매가 없기에, 네 엄마의 딸인 너도, 언제가 될지 모를 미래에 태어날 나의 아이도 국어사전이 정의하는 ‘이모’는 없을 예정이라 내가 그 역할을 해 주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다.
이제 막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는 네 엄마의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널 보러 충주로 가는 버스 안에선 긴장과 설렘으로 몸 둘 바를 몰랐어. 이건 비밀인데 아기들이 이모를 좀 좋아하거든? (잔망 루피를 닮아서 그렇다나 뭐라나) 그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네가 내 낯을 반가워하지 않아 품에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할까 걱정되었어. 그렇지만 우려와 달리 너는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널 보러 함께 간 다른 이모들 중 나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하기도 했다. 네 엄마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오로지 내 욕심으로 하루동안 너를 가장 오래 안고 있었다.
너를 내 무릎에 앉혀 두고 머리를 쓰다듬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훌쩍 커서 엄마랑 티격태격 푸닥거리를 할 때,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사로잡혀 슬퍼질 때, 엄마도 아빠도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 너의 대나무숲이 되어주겠다는 그런 생각 말이야. 엄마가 아닌 이모와‘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또 있거든. 네가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이모가 되어 너와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는 어렴풋한 욕심이 올라왔다. 나도 아직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너도 나를 전혀 모르는데 우리가 무조건 잘 지낼 거라 속단하는 나는 참 어리석다. 그치?
나는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고작 몇 시간으로도 사랑에 빠진 것 같아. 백일동안 경험한 세상은 어땠니? 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시간이었길 바라. 너의 앞으로의 시간 중 일부를 나에게도 떼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의 추억을 탄탄히 쌓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