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쓰고 있자니
옛 생각이 나서 몽글해진다.
옆자리에 앉아서 매일같이 필담을 나누고
손으로 꾹꾹 눌러쓴 마음을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하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특별한 날이 되어서야
그걸 핑계로 차분히 진심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아직도 생경한 일이야.
새해를 맞이하며 2023년을 복기하니
작년에 가장 많이, 자주 만났던 친구가 너였더라.
보고 싶던 영화와 공연을 구실로 만나
따뜻한 밥 한 끼와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순간은
내 편이 있다는 걸 상기하는 든든한 일이었어.
그래서일까?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나고,
우리가 얘기 나누던 걸 마주하면
네게 꼭 선물해야겠다는 마음이 솟아나는 건.
어느덧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된 친구가 되었어.
우리가 알고 지내기 시작한 게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이던가.
벌써 햇수로만 21년이 넘어가고 있다.
우정의 깊이가, 나란히 보낸 시간과 정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엔
마음의 단위에 시간이라는 척도를
배제한 지 오래되었거든.
그럼에도 너를 떠올릴 때 세월을 견주게 되는 건
아주 미숙했지만 순수했던
어린 날의 희로애락을 나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이제는 사람들을 만날 때,
오래도록 자주 보자는 말만큼 의미 있는 게 없더라고.
오래 볼 수 있는 사이라는 건
함께 있을 때 그만큼 편안하고 거슬림이 없다는 말 일 거고
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나의 시간을 떼어 공유하는 일은
상대를 위해 애쓰는 노력이 배어있는 걸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올해에도 자주 보자.
꼭 최고의 영화를 보지 않아도, 맛있는 걸 먹지 않아도
함께 하는 대화가 꾸준히 재밌을 수 있게
서로에게 안온한 친구가 되어 주자.
새해를 빌미 삼아 새삼스레 진심을 전해 본다.
나의 친구가 되어주어 고마워.
올해에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