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 향기 맡으면

by 여노노

나의 수유리 외갓집 마당에는 아주 예쁜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매년 이맘때쯤 라일락이 피던 계절에 우리 외할머니는 고추장, 간장, 된장을 장독대에 담가두며 ‘올해가 마지막이다, 늙어서 더는 못하겠다’ 고 외치셨다. 그러다 어느 핸가 할머니가 혼자서는 거동이 힘들어지시면서 진짜로 할머니의 장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을 보냈다. 우리 엄마는 5남매 중 넷째 딸이기에 나는 다른 사촌들에 비해 외할머니의 정정한 모습을 얼마 보지 못했다. 그렇게 할머니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는 와중에 어느 버스회사는 수유리 외갓집 부지에 시내버스 차고지를 만들겠다며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외삼촌에게 땅과 집을 팔 것을 종용했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 외갓집은 외숙모의 소원이라던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었고 나의 어릴 적 그리고 우리 엄마와 이모 삼촌들의 20년이 넘는 추억이 담겨 있는 외갓집은 철거되어 차고지가 되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는, 수유리 집 마당에 있는 라일락 나무가 정말 예뻤는데 그 나무가 사라지는 게 제일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어려서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란 질문에는 항상 라일락이라고 답한다. 실제로도 그랬다.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 정말 정말 행복하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식장을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 찰 수 있게 라일락 꽃으로 장식하고, 나도 멋스럽게 핸드 타이드 된 분홍 라일락 부케를 들며, 사랑하는 신랑에게는 하얀 라일락 부토니에를 주어야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이지만 결혼은 요원하다. 아니,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6년, 십이간지가 한 바퀴를 훌쩍 넘게 돌았음에도 라일락 꽃 향기를 맡으면 수유리 집 마당의 라일락 나무를 그리워하던 엄마 생각이 난다.


4월은 서울 시내 거리가 온통 라일락 향기로 가득하다.

맞다. 엄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소박하지만 거창한 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