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확실히 지난달은 안팎으로 일정이 많았다. 남은 물기 없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쥐어짜는 듯했다. 지친 기분은 일상을 한껏 움츠리게 한다. 그래서 얼른 다음 달이 되길 기다렸다. 마침 이번달엔 추석 연휴가 있어 유유자적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필코 사수하려 애쓴 이달의 여유. 그러나 막상 틈을 마주하자 스스로를 채근한다. 쫓기는 게 체질이었나.
2.
삼십몇 년 동안 백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셨다는 최재천 교수님도, 글쓰기의 원동력은 마감이란다. 그만의 특출 난 요령을 배울까 했더니만 교과서 같은 답을 들었다.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지켜 온 지 겨우 일 년 남짓. 이는 곧 매주 마감인 생활이 됐다는 뜻이다. 한때는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도무지 글감이 없어 나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그렇게 자신을 옥죄어서라도 뭐라도 쓰는 게 나은 건지, 글감이 어느 정도 영글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 어쩌면 이것은 죄책감이 하는 말이다.
3.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각까지 야근을 밥 먹듯 반복하면서도 도무지 일이 끝나지 않던 때가 있었다. 여전히 미완인 업무를 남겨 두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좀 자자, 고 다독여 그렇게 집으로 향하던 길. 내일의 기상시간을 가늠하기 위해 소화해야 할 일정과 업무를 줄 세우다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심장이 조여드는 것만 같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지. 하는 푸념도 함께였다. 그러다 문득 새어 나온 진심이 있었다. 이렇게 미친 듯이 바쁜 나.. 좀 멋진데? 제법 커리어우먼인걸?
4.
세상을 보는 태도를 점검한다. 쫓기더라도 여유가 있는 모습이고 싶다. 생활 전반에서 느긋하고 차분한 마음가짐을 가져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