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서 외로움을 찾는 습관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을 지라도

by 둥글레
IMG_0384.JPG


누구든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과,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이거 경험상 되게 안 좋은 징조. 분야가 뭐가 됐든 0이랑 100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건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 외로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무라카미 하루키 풍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하나씩 생각해봤어요. 그 다음 생각했어요.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외로운 걸까?.. 근데 이거 너무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이더라고요. 전혀 상관이 없는 범주니까요. 가진 게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게 아니야, 가진 게 없다고 해서 꼭 외로운 것도 아니고.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표현했던 기억,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뇌에 남는 것 같아요. 게다가 애매하고 모호한 덩어리로만 갖고 있던 생각을 어떻게든 풀어내야 하니까 이유를 찾게 되고 흐름을 부여하게 되어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둘째치고요. 어쨌든 사람은 모두 인생을 두 번씩 산다는 소설가 김연수씨의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지 않을까 싶어요.

표현을 하는 수단에는 말도 있고 글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글로 하는 표현은 늘 혼자 할 수밖에 없으니까 돌이켜보면 너무 외롭거든요. 적어도 말은 대화 상대방이 있잖아요. 뭐, 대화 상대방은 타인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언제나 기꺼운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 마뜩치 않아 하는 모습을 날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단점들도 있지만. 그래서 지금까지 쓰는 걸 선택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제 마음 어딘가에서는 항상 글보다 말이 우월해요. 어쨌든 꼴찌는 침묵이에요.

실제로는 말보다 글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면서, 글보다 말을 더 우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좀 우스워요. 어쩌면 이 역시 내가 가진 걸 하찮게 보는 습관의 반영일지도 모르겠어요. 제 앞에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친구가 있다면 전 아마 이렇게 말해줄 테죠. "말은 눈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닿지만, 글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잖아. 말은 흘러가고 나면 사라지지만, 글은 어떻게든 남고 말이야. 글은 외로운 것이 아니야. 모든 것에서 외로움을 찾는 습관이 그저 글에서도 외로움을 찾았을 뿐인 거야. 그렇다고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 습관을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더라도 다른 습관을 덧칠할 수는 있을 테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해 주는 건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에둘러 갑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장난 용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