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소화하기 위하여

<실패도감>을 읽고

by 둥글레


얼마 전 <실패도감>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위인들의 실패를 엮어둔 책이었는데,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대략 이러하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도 실패를 했잖아, 중요한 건 실패를 하지 않는 게 아니야,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거지.]




책 중간 중간 위인들의 실패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가 몇 개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재밌게 읽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주인공은 체육 시간에 뜀틀 넘기를 하다가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친구를 신나게 비웃는다. 허리를 잡고 비웃을 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재밌었지만 그 날 이후 주인공의 마음 한 켠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는다. '나도 저렇게 비웃음을 당하면 어쩌지?' 그래서 주인공은 리스크가 있는 도전은 가급적 피하며 살아간다. 연극 무대의 주인공 제안을 받았으면서도 무대에서 대사를 까먹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거절하고, 자신의 실수로 시합에서 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에 배구부 활동 제안도 거절한다. 그렇게 겁에 질린 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이제 입사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결과는 영 좋지 않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뜀틀 넘기에 실패해서 모두에게 비웃음을 샀던 바로 그 친구를 만나게 된다. 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의 근황이 부끄러워서 머뭇대는 주인공과 달리 친구는 웃으며 말한다. "야, 난 어떻게 넣는 족족 떨어지나 몰라. 이렇게 떨어지는 것도 재능 아닌가? 뭐, 그래도 언젠간 잘 풀리겠지." 짧은 대화를 마치고 헤어지면서도 그는 활짝 웃으며 힘내자는 인사를 전한다. 실패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참 부럽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 짧은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다른 사람의 실패를 비웃는 경험으로부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라납니다.' 그 다음에 올 문장으로 적절한 것은 '그러니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실패를 비웃지 맙시다.'라는 문장일 거라 생각했다. 그 누구의 실패도 비웃지 말자고, 타인의 실패를 비웃는 경험은 곧바로 내 실패를 두려워 하는 결과로 이어지니까.


하지만 저자는 단호한 어조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이 저지른 실패에 대한 비웃음이 두려워 피하는 대신, 귀를 열고 한 번 비웃음을 들어보자고. 그러니까 아침에 정신이 없어 짝짝이로 신고 온 양말을 친구들에게 들키면 어쩌나 조마조마해하기보다는, 일부러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나 오늘 양말을 이렇게 짝짝이로 신고 왔다고 말해보자고. 친구들이 웃는 걸 실제로 보고 나면 의외로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그렇게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과연 그렇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결국엔 실패한다. 그런 자잘한 실수와 실패를 '결코 비웃으면 안 되는 것'으로 설정하며 일일이 거리감을 두다 보면 인생이 너무 무거워진다. 이미 너무 무거운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기기'가 외려 도움이 되는 처방일 수도 있겠다.




실패 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은 없다. 성공을 향한 도전에는 항상 노력이 뒤따르며, 이 노력이 빚어낸 성공담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주하게 된 실패를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익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건 '실패하지 않으려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라는 식의 협박 대신 '실패 뭐, 그거 별 거 아냐. 훌륭한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이 실패했거든. 게다가 어떤 실패는 달리 보면 성공이기도 하고 말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다.


최선을 다하고 난 후에 마주하게 될 실패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늘상 한쪽 발을 빼둔 채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척 도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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