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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켙커리어 Jun 14. 2021

기획자 시장이 줄고 있다?

#그로스토리16 기획자 데이먼 조영수 PO

성장한 이들의 경험담, '그로스토리' 시리즈입니다. 시행착오를 먼저 겪고 성과를 낸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실무 꿀팁을 얻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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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간단 소개

10년 넘게 기획자와 PO를 넘나든 조영수 님께 PO와 기획자, 그리고 기획자의 커리어에 대해 물었습니다.


일잘러를 위한 교육 플랫폼, 그로스쿨입니다.



최기영 그로스쿨 대표 이하 최 : 보통 소개하실 때는 어떻게 하세요?


기획자 데이먼(조영수) : PO이자 한국형 기획자인 조영수입니다. 이렇게 소개를 해요.



최 :  PO이자 기획자는 교집합이 있는 거지, 같은 단어는 아니죠?


조영수 : 기획자로 시작을 했지만, 제가 해왔던 일들의 많은 부분이 PO 역할을 포함하고 있어요.

굳이 업무에 경계를 두자면 PO는 사업을 리딩 하고, 멤버들을 관리하고 쪽에 가깝고, 기획자는 실무 설계에 더 포커스가 되어 있는데... 저는 둘 다 계속하면서 왔다 갔다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PO이자 기획자라고 하고 있고요.


최 : 그래도 면접을 볼 때 PO 면접에 기획자 오면 안 될 것 같고, 기획자 뽑을 때 PO는 안 뽑을 것 같고…


조영수 : 그렇죠. PO 뽑는다고 했을 때 기획자가 오면 통과하기 쉽지 않죠. 기획자는 포트폴리오나 지원서 쓸 때 설계 문서 중심으로 정리를 하는데 PO는 전략, 실행, 관리나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더 크거든요.



최 : PO를 뽑는다고 했을 때 기획자가 지원했을 때는, 그분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요?


조영수 : 사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인 것 같기도 해요. 예전부터 일하던 기획자 분들은 프로젝트 메니저의 역할을 병행하신 분들도 많은데, 프로젝트 매니저와 PO의 역할을 동일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또 기업에서 채용공고를 올릴 때도 요즘에 양쪽으로 다 올려요. PO를 뽑든 기획자를 뽑든. 아직 혼재되어 있다는 거죠. 시장에서는....



최 : 시장에서 혼재되어 있지만, 담당자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조영수 : 그렇죠. PO와 기획자의 업무 영역이 명확히 분리된 회사에서는 PO와 기획자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을 해요. PO 가 보기에 기획자는 디자이너나 개발자 같은 실무자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각자가 보는 모습

최 : 근데 같은 실무라도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전반적으로 끌고 가는 실무가 있는데 그게 저는 기획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분들이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관리 까지도 맡아서 하지 않았나?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조영수 : 네. 맞아요. 그렇게 해왔어요. 그러면서 기획자의 역할이 애매해지죠. 해외에는 기획자가 없는데. 왜 한국에는 있나요? 이런 질문도 많고요. 해외에 기획자가 없는 이유는 디자이너가 실무 UI, UX 설계를 다 담당해 왔고 PO 역할은 원래부터 존재했어요. 그분들이 프로젝트를 리드하면서 끌고 갔는데 국내 같은 경우는, 수직적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본부장님이. 어떤 부장님이. 이사님이 우리 이 프로젝트해야 해라고 지시하면 이후로 실무단에서 진행을 해야 하다 보니,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도 하는 역할이 필요했는데, 그걸 기획자들이 한 거예요.



최 : 그런데 이제 시대가 바뀐?


조영수 : 예전에는 탑다운으로 대표나 임원이 시키는 것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지금은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아요. 고객에게는 선택지가 많아졌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쉽게 이탈하기 때문에 고객의 상황에 맞춰서 우리 제품도 유연하게 변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이런 측면에서 그걸 끌어가는 역할, 즉 PO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거고요.

그래서 애자일한 조직에서는 기획자가 있는게 오히려 허들이 될 수도 있어요. PO가 개발과 디자인을 이해하고 제품 팀을 효율적으로 리드 할 수만 있다면 기획자 없이도 제품을 잘 만들 수가 있어요. 예전에는 PC 웹사이트가 중심이었지만 모바일이 중심이 되면서 설계자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도 하고요.




최 : 그러면 예전의 기획자의 룰이 그런 요구 사항을 정의하고 UI/UX의 기본적인 설계를 하면 뒤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붙고, 이런 구조였는데, 이제는 PO가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정리하면 그걸 바탕으로 바로 디자이너가 작업할 수 있을 정도까지 올라왔다!?


조영수 : 네, 맞아요. PO가 요구사항과 제품 로드맵까지 정리해요. PO가 우리 제품의 방향은 이거고? 고객들의 요구사항은 뭐다. 이렇게 정의를 해주면 다음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PO와 함께 문제를 푸는 거예요. UX 관점에서 디자이너와 함께 고민하고,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개발자랑 같이 고민을 하는 거예요.



최 : 냉정하게 얘기하면 학부생들이 서비스를 기획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 바로 서비스 기획을 하는 것보다 다른 일을 하다 PO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로드맵이 될 수 있겠네요.


조영수 :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저는 기획자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 왜죠?


조영수 : 모바일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PO, 디자이너, 개발자만 있어도 프로세스가 복잡하지 않은 제품들은 뚝딱 만들어 낼 수가 있어요. 예전에는 기획자가 항상 중간자 역할을 해줬는데 지금은 PO,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가 기획력을 갖춰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렇다할 전문성없이 스토리보드만 그리는 기획자의 영역은 축소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금융권 IT시스템이나 복잡한 결제가 붙은 제품, 고도화된 프로세스가 붙어야 하는 분야, 즉 전문 설계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기획자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고요. 양극화라고나 할까요?




최 : 기획자의 역할은 아예 빡세게 잘하거나, 빡센 분야(이른바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 같은)가 아니면 PO나 디자이너가 병행하거나 대체될 수 있겠군요.


조영수 : 네. 구현이 복잡하지 않은 웹/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기획은 이제는 기본 역량이 되어가고 있어요. 디자이너 분들이 기획 쪽으로 넘어오시는 경우도 많고요.



최 : 디자이너 분들이 요구사항을 가시화시켜서 그림으로 그려주고, 그걸 프런트 개발자 분들이랑 바로 구현하는 거네요. 디자이너도 기획 배워야 되고... 개발자도 기획 배워야 되고...


조영수 : 네. 맞아요.



최 : 반대의 경우는 없나요? 기획자가 디자이너로 전향한다던지


조영수 : 예전에는 꿈도 못 꿨어요. 왜냐면은 디자인 하려면 포토샵을 다룰줄 알아야 되고, 디자인 감각이 있어야 하잖아요? 근런데 요즘에는 스케치, 피그마, 어도비XD 같은 도구가 발전하면서 포토샵을 다루지 못해도 누구나 UI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모바일 디자인에서는 그래픽 요소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잖아요? 일러스트를 그린다거나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거나 이런것들 보다는 UX를 고려해 적절한 레이아웃을 짜는게 더욱 중요해졌어요.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기획자가 스토리보드 만드는 거랑 큰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기획자 분들이 반대로 디자인까지 겸하시는 분들도 생겨나고 있기도해요.



최 : 그러면, 오히려 기획자분들은 손그림이나 디자인 감각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조영수 : 그래서 기획자의 커리어 로드맵을 몇 개로 나눌 수 있는데 기획자가 어느 정도 레벨이 되면 갈 수 있는 게 PM이나 PO를 할 수 있고, 그로스 마케팅이나 데이터 분석 쪽, 그리고 기획을 고도화 한 전문 설계사가 될 수 있겠죠.



Product Manager Skills by Seniority Level (주니어 PM이 시니어 PM이 되는 과정)


최 : PM/PO는 늘 있던 존재고, 원래부터 있었는데 왜 요즘 핫해졌을까요?


조영수 : 개발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에는 제품이 나오기만 하면 고객이 있었어요. 경쟁도 많지 않고, 고객 입장에서 선택이 폭이 좁았죠. 제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만들면 고객은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차별성도 없고,

그래서 차별성을 가져가려면? 고객 경험이 중요하고, 고객 경험이 좋아지려면? 항상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정작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려면? 결과적으로 사업을 리드하는 사람이 고객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고, 그 사람이 프로젝트를 잘 끌고 가야 프로덕트나 서비스가 좋아지겠죠.


조영수 : 그런데 제품 안에서도 기능 단위로 계속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전을 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경쟁 상황이라 프로젝트 단위로 의사결정도 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그래야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어진 거죠. 또 이제는 구성원 각자가 개성도 강해져서 까라면 까는 방식으로 안 먹히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가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이끌어야 하는데, 여기에 최적화 된 포지션이 PO인 거죠.

PO는 개발자분들을 포함한 구성원들을 효율적으로 리드할 수 있고, 사업적으로도 감각이 있는 분들이어야 해요. 그래서 요즘엔 PO 몸값이 많이 오르고 있어요.



최 : 예전에 제가 알던 프로젝트 매니저 분들은  고생 많이 하시는 분들, 그리고? 술 많이 먹어야 하는 분들로 기억이 돼요. 문제 생기면 거진 술로 해결하더라고요. 그리고 권한이 법인 카드 쓰는 권한 정도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술 사줄게, 밥 사줄게, 맛있는 거 사줄 거라고 하면서 좀만 더 해주자.... 한 번만 봐줘.... 이러면서 윗선에는 우리 일정 조금만 연기해달라 뭐, 이런 얘기하고.  


조영수 : 아, 맞아요. 근데, 그건 옛날 방식이죠.  



최 : 요즘은 어때요?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베네핏이나 동기부여를 해야 하잖아요?


조영수 : 과거의 PM들은 사업의 방향이나 이런 것들을 바꾸지 못했죠. 무조건 위에서 시키는 것을 기한 내에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요. 그러다 보니 개발자의 의견을 받아주거나? 이런 것이 불가능한 구조였어요.



최 : 누군가가 컴플레인하거나 강하게 의견 내면


조영수 : 저도 예전에는 술 먹고 토닥 토닥 거리면서 “나도 잘 이해가 안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좀만 더 힘내자”. 이런식으로 다독여왔는데 지금은 이런 방식이 잘 먹히지는 않아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납득이 안 가는 일을 하는 거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요즘 친구들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관계적인 부분과 논리적인 부분이 5대 5로 잘 섞여야 되는거 같아요. 예전에는 다 관계로 풀었다고 하면은? 이제는 명분이 필요한거고? 그 명분이 필요하니까 데이터를 분석을 하고 고객을 계속 인터뷰하고 리서치하면서 명분을 찾아가는거죠. PO는 명분을 바탕으로 팀원을 설득하거나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서 불만 사항을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최 : 결국은 권한의 문제네요. 권한이? 어느 정도 있느냐? 일정만 맞추는 PO는 PO가 아닌 거 같고


조영수 : 아, 맞아요. 오너로서 프로젝트 범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이 있어야 프로젝트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경영진도 설득할 수 있고, 경영진으로부터 더 많은 권한을 위임받아야 하죠. 그게 안 되면 본인 생각보다는 경영진의 생각을 전달하는 대변자가 되는 거 같고요.



최 : 처음에 기획자로 시작하신 계기가 있어요?


조영수 : 제가 대학교때 인터넷 미디어학과를 전공했는데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 필요한 모든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프로그래밍도 배우고, 디자인도 배우고, 동영상 편집도 배우고, 기획도 배우고 다 배웠어요.


기획자 데이먼, 조영수님

최 : 좋은 코스네요?


조영수 : 개발, 디자인도 기본 이상은 했어요. 그런데 개발 잘하는 친구를 봤더니 코드를 새로 짜는 거예요, 쌩으로. 저는 어떤 책에 있는 예제 같은 걸 펼쳐 놓고서. 기본 소스를 가지고서 약간의 수정해서 겨우겨우 하는데 말이에요.


그때 깨달았어요. 나는 개발자는 못하겠다. 그리고 디자인도 이것저것 해봤는데 제가 감각이나 창의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었고요. IT 업계에서 일을 하고 싶은데 개발도 아니고 디자인도 아니야 그럼 뭘 해야 되지? 고민하다가 누군가 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 올린 글을 봤어요.


기획자는 영화 감독과 같은 사람이다.
작가, 배우, 스태프 들을 조율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생각을 해보니 제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결과물을 내는 건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획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에이전시에서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최 : 에이전시 생활은 어땠어요?


조영수 : 중소 규모의 에이전시였는데 거짓말 안하고 한달에 5개씩 사이트를 런칭했어요. 거기서 1년간 50여개의 사이트를 런칭했는데 이렇게 1년 하고 나니까 구축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최 : 그 뒤부터는 기획자로 쭉?


조영수 : 아니에요. 좀 다른 거 해보고 싶고 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크레듀란 곳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최 : 크레듀에서는 어떤 일을?


조영수 :  주로 운영을 했었고요. 서브 브랜드 리뉴얼도 했었고요



최 : 기획부터 운영까지? PO는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조영수 : 그게, 이다음부터인데요. 같이 일하던 분과 창업을 하게 되면서 비즈니스 모델도 고민하고 서비스도 설계하고, 팀 리드하면서 개발 진행하고 론칭하고, 이 루프를 돌았지요.



최 : 그게 몇 년 전이죠?


조영수 : 2009년도예요. 그 뒤로 지금까지 쭉 PO와 기획자의 역할을 병행해 왔습니다.



최 : 콘텐츠도 많이 만드셨잖아요? 글, 유튜브, 브런치 시간이 빠듯하셨을 거 같은데....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조영수 : 저는 기획자로의 성장을 갈망했고,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기획력이라는 건 결국 논리와 사고력인 거고, 그 논리하고 사고력을 키움에 있어서 글쓰기가 제일 도움이 되었어요. 그게 느껴지니 글을 더 쓰게 되고, 강의나 유튜브를 하게 된 것도 그 연장이었죠.



최 : 기획력을 키우는 그런 또 다른 방법도 궁금합니다.


조영수 : 저는 기획자가 기획을 잘하려면 3가지 정도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첫 번째로는 속해있는 분야, 도매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고요. 두 번째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해요. 그래야 시장이 원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알아 기획에 접목시킬 수 있으니까요. 글쓰기가 마지막이 되겠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정리하고 공유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획력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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