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라밸이라는 말이 싫다.
왜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때로는 재밌어서 일을 많이 하는 편이고, 둘 사이에 밸런스를 맞추기는커녕 딱히 일과 삶을 구분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창업자가 되면서 일과 삶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주니어보다는 시니어, 즉 기성세대, 다시 말하면 꼰대가 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물론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일을 한다'는 곧 '밥벌이'. 나 역시 그렇다. 그것이 평소 원하고 바래왔던 일이라도 삶의 무게인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엄청나게 큰돈을 벌어 노후를 준비하지도 못했고, 금수저도 아닌 이상 이제는 70 넘어서 까지, 사람에 따라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테니, 그 무게는 적지 않다.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 은퇴 후 소일거리를 하며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선진국 형 노후와는 대비대는 잔인하고 저주받은 운명처럼 보인다. 그런데 '일터의 문장들'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100년을 살아보니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은 일하는 것",
"일하는 인간으로 우리의 말년은 해피엔딩"
행복하게 오래 일한 분들의 얘기. 또 이런 문장도 있었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일을 했지만
그 일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더 나은 나에 도달해 있었다"
이런 분들에겐 "어떻게 사는가"와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삶이 곧 일이며, 일이 곧 삶인 사람들. 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렇게 살고 있기에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는 말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속한 공동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기쁘게 바지런을 떤다. 뒤처지지 않도록, 녹슬지 않도록 매일매일 '익숙한 새것'이 되어 가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며 그렇게 직업은 자연스럽게 생존이자 소명이 되어 간다.
'일터의 문장들'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라는 인터뷰 시리즈 중, 일과 삶이 일치된 각 분야 최고의 인터뷰 18개를 선별해 모은 책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이고, 각 장을 일 함에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인 "환경", "태도", "협업", "자아"로 나눠 각 인터뷰이의 삶과 일에 대한 태도를 서술한다.
"일터의 문장들" 목차
각 인터뷰이들의 얘기 중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핵심인 문장들만 뽑아 보면
"일단 시작하라", 김미경
"온라인에선 숨을 툼이 없다. 실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용섭
"자기만의 속도와 밀도를 조절해야 한다", 송길영
"나만의 데이터 1그램은 모두의 데이터 1톤보다 가치 있다", 알베르트 사보이아
"즐거워야 계속하고, 계속하려면 잘해야 한다. 그 과정을 이어주는 게 질문이다", 옥주현
"완성은 없고, 그저 과정 중 적당한 시점에 손을 땔 뿐. 무리 없이, 성실하게 힘을 빼고", 백현진
"타고난 게 나밖에 없으니 나를 잘 살려야 한다.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건 다 포기한다", 장기하
"척이라도 하면, 진짜 그렇게 된다", 백종원
"한 번이라도 힘을 썼던 경험이 있으면 또 꿈꿀 수 있다", 조수용
"자기만의 장르에 갇혀 있으면 금세 낡아진다", 장영규
각자 다른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엮을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일단 시작해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포기할 건 포기해 가며 무리 없이 계속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알아챌 수 있다
오래간만에 삶과 일, 그리고 요즈음 나의 하루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책. 어찌 보면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일 좀 하는 사람들에겐 '당신들이 틀리지 않았다'라는 일종의 위로이자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나는 워라밸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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