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심일일
글쓰기 챌린지를 하겠다고 선언하고서 노트북이 고장나버렸다. 책상에 커피를 두고 일을 하다가 커피를 쏟아버린 후로 노트북이 말을 잘 듣지 않았고 며칠 전 끝내 명을 다했다. 새로 노트북을 사야 글을 쓸 맛이 날텐데 문서용으로만 사용할 노트북을 새것으로 사고 싶지는 않고 중고를 사자니 자칭 컴맹의 입장에서 어떤 기기를 사야할 지 고민이 된다. 나는 돈쓰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쓸데없이 애플워치를 차고 아이패드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중이다. 한참 아이맥을 사고 싶어서 눈독 들이던 때도 있었다. 요즘은 이상하게 물욕이 생기지 않는다. 아직 젊다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변화 중에 하나일까? 어느 순간 돈이라는 게 쓰는 능력보다는 모으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 간다.
우리 부부는 최근에 차를 샀다. 몰고 다니던 차가 시댁 협찬이었기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SUV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근 1년을 고민한 것 같은데 남편이 좋아하는 테슬라를 살지, 아니면 좀 폼나는 외제차를 살지, 아니면 검소해보이지만 은근히 자랑할 수 있는 제네시스를 살지 고민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건 회사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신형 QM6 가솔린 모델이었다. 나는 우리의 새 차를 처음 받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데, 지금껏 어떤 좋은 것을 사도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 느껴져서다. 그 때 처음 '분수'라는 걸 깨달았나보다. 이 차가 우리 집의 형편에는 딱 맞는 차였던 것이다. 무리해서 좋은 차를 샀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 우리집도 그렇다. 23평, 이제 4인 가구에게는 조금 좁은 집이겠지만 따뜻하고 아늑한 이 집이 나에겐 최고의 집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좀 먹는다. 내가 행복하면 장땡이다.
# 결혼은 실전이다
요즘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곤다. 내가 입덧을 하느라 먹고 남은 음식까지 남편이 다 먹어버려서 살이 좀 찐 탓인 것 같다. 잠귀가 밝은 편인 나는 가끔 괴로워서 잠에서 깨곤 하는데 그게 딱 어제같은 날이었다. 잠결에 살짝 짜증이 나서 남편의 발쪽으로 돌아누웠다.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니지만 귓가에 대고 코고는 소리는 아니라서 잘만해져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가 또다시 남편의 코골이 소리에 깨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자고 있는 방향으로 남편도 돌아누워서 자고 있었다. 의아했지만 뭔가 불편했나보다 하며 아침에 일어나 왜 그랬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깼는데 내가 돌아누워있길래 본인도 돌아누웠다고. 이유없이 따라했다는 거다. 첫째는 4살, 둘째는 뱃속에. 아이 둘을 가지고도 잠결에 아내를 따라 돌아눕고 싶어하는 남편이 어이가 없다고 해야할까, 귀여웠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웃겼다.
결혼을 하고서 몇 년 간은 내 결혼이 아주 잘못됐다고 믿었다. 잦은 싸움에 물건이나 집안일에 지분을 나누며 내꺼따지기가 혈안이었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주변의 말을 들어보면 아주 사소한 일도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라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랑받기 위해 결혼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면 남자든 여자든 사랑받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결혼은 희생하기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했으면 희생이 먼저다. 희생은 사랑 안에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저절로 사랑이 전달되고 그 덕에 서로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다. 적어도 내 결혼은 그랬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무언가 하나 더 해주고 싶어지는 마음. 그게 결혼을 하면서 내가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이다. 적어도 이 마음 하나만 있으면 따지지 않고 나누지 않고 살아진다. 가끔 티격태격해도 결혼하길 참 잘 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