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글이나 일단 써

그냥 해보는 글쓰기

by 그로브제이

# 글은 언제나 내게 쉼표가 되어주었지

최근 들어 글을 쓰는 방이 항상 엉망이었다. 널부러진 옷가지에 정리되지 않은 종이, 준비되지 않은 손님을 맞으려 허겁지겁 이 곳에 물건을 쓸어담은 흔적. 오랜만에 열어본 나의 글방은 글쎄,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쓰레기장이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굳이 변명하자면 입덧 때문이다. 살만해진 것 같은 오늘에서야 슬그머니 글방 문을 다시 열어봤다. 철지난 첫째의 옷가지와 빨랫거리가 야무지게 널부러져 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차근차근 정리를 했다. 오전에 시작한 정리가 점심을 한참 지나 끝났다. 좋아하던 책상에 푹신한 컴퓨터 의자에 앉으니까 다시 힐링이 되기 시작한다. 글은 언제나 내게 쉼표가 되어주었다.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했는데, 나는 자주 글을 써야한다는 걸 잊었던 것 같다. 가끔은 쉼이 아니라 짐이 되기도 했었던 것 같고.


글 쓰는 주기가 자꾸 길어진 건, 뭔가 엄청난 철학을 담은 좋은 글을 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스스로가 아주 대단한 작가가 아님을 잘 알지만 그래도 글 만큼은 '잘' 쓰고 싶은 압박감에 자꾸만 내일로, 내일로 미루게 됐다. 어리석은 일이다. 고명환 님의 책을 좋아해서 자주 읽는데, 거기에는 '그냥 하라'고 되어 있다. 나처럼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고민하지 말고 글을 써볼까? 하는 순간에 그냥 하라는 것이다! 그럼 그냥 하게 된다고. 오늘 쓰는 나의 글도 그냥 쓰는 글이다. 청소와 요리 사이에 잠깐 시간이 나서 그냥 써보는 글이다. 내 글이 어떻게 보일지 이리 재고 저리 재지 않는 그냥 그런 글이다. 그냥 쉬어가고 싶어서 쓴 글이다. 글을 쓰면서 쉬다보면 시야기 또렷해진다.


# 아무 글이나 일단 써볼 예정

오늘부터 아무 글이나 그냥 무작정 써볼 예정이다. 나만의 챌린지랄까? 각잡고 글방에 앉지 않아도 핸드폰 타이핑으로 가볍게 생각을 남길 수 있는 글을 매일 써보고 싶다. 여전히 성실을 배워가는 나에게는 매일 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 작심삼일이래도 삼일이라도 시도해보는 게 어딘가! 전에는 베란다 텃밭을 가꾸는 이야기로도 한참을 혼자 떠들 수도 있었더랬다. 오늘은 수지와 김우빈 주연의 드라마 몇 개를 내리 시청했다. 싸이코패스의 사랑이야기로 시시콜콜 수다를 떨 수도 있겠다. 글방을 치워서 글 소재를 얻기도 했고. 내일도 또 그런 자그마한 이야깃거리가 생기겠지. 저녁마다 남편과 조잘조잘 떠들면서 글 쓸 거리가 또 생기지 않을까? 그러니까 내내 생각만 하고 자신없어 쓰기를 망설였던 그 모든 지나가버린 이야깃거리를 이제는 좀 기록해봐야겠다. 나는 글쓰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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