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청년안심주택으로 월세 10만 원에 서울 살기

by seedmind
서울은 늘 도착지였고,
나는 늘 그 바깥에 있었다.

대학교 시절, 왕복 3~4시간의 통학. 인천 외곽에서 새벽같이 나와 서울 한복판까지 향하는 일상. 지하철에서 눈을 비비며 과제를 마무리하고, 퇴근길엔 사람들 틈에 껴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하루가 다 지워져 버린 채, 겨우 집에 도착하면 기운도,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서울은 내게 늘 ‘가는 곳’이었지, ‘사는 곳’이 아니었다. 대학교 5년, 그리고 졸업 후 4년간의 프리랜서, 계약직 시절까지 나는 줄곧 서울 밖에서 서울을 오갔다. 통학과 통근을 버티는 게 습관처럼 되었고, ‘나는 어디에 터를 마련하지?’라는 질문조차 잊고 살았다. 서울에서 사는 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 그건 집의 지원이나 목돈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서울살이의 장벽, 첫 번째는 ‘보증금’

집을 알아볼 때마다 가장 먼저 막힌 건 보증금이었다. 서울엔 월세 40~60만 원짜리 방은 많았지만, 대부분 보증금이 500만 원, 1,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월세보다도 보증금이 더 부담스러웠다. ‘혹시 보증금 없는 원룸은 없을까?’ 하고 찾아보면 바퀴벌레가 나오는 게스트하우스나, 옥탑방, 오래된 고시원 뿐이었다. 그마저도 이사비까지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달 200만 원 수입으로는 서울에 살 수 없다는 결론만 반복됐다. 그래서 서울을 포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 동료로 부터 신축 아파트를 월세 10만원을 주고 최대 10년간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우연히 들었다.

청년안심주택,

청년안심주택이 뭐지?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제도다. 서울시가 민간 소유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청년들에게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주는 방식이다.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정책으로, 일부 지역은 보증금을 인상해 최대 월세 10만 원 대도 가능하다. 처음 봤을 땐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이런 좋은 조건, 도대체 누가 되는 걸까?’, ‘나도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공고문을 읽어보며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신청 자격은 생각보다 널널하다.


<DAY1 내용 참고>
청년안심주택 신청 조건 요약 (서울시 기준)
1. 나이: 만 19세~39세 이하 청년, (예비)신혼부부
2. 소득:
(1) 공공임대주택: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 (1인가구 기준: 약 431만 원)
(2) 민간임대주택: 본인 무주택자
3. 자산: 총자산 2억 5,400만 원 이하 (2025 기준)
4. 기타: 무주택자, 소득 순위별 가점있음


위 조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청년안심주택은 전세사기 걱정도 없어 은행에서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으면 보증금도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내가 그랬듯, 가진게 없어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제도였다.


나는 이렇게 신청했다.


STEP 1. 공고 확인

청년안심주택 홈페이지에서 청년안심주택 모집 공고를 수시로 확인했다. 공공임대 모집은 보통 4월과 8월연 1~2회 이루어지며, 민간임대 모집은 주택별로 수시로 이루어진다. 구체적인 신청자격, 매물 위치, 보증금, 월세가 함께 공지된다.

STEP 2. 원하는 지역 & 매물 확인

자치구별로 신청 가능한 매물 위치, 교통, 면적, 임대조건 등을 꼼꼼히 비교했다. (사실 이 과정이 가장 흥미롭다. ‘어, 이 가격에 이런 집이?’ 싶은 곳도 많았다.)

STEP 3. 신청서 작성 & 서류 제출

온라인 신청 후, 자격을 증빙할 수 있는 소득·자산 서류를 준비했다. 필요한 서류는 소득금액증명원, 가족관계증명서, 통장 사본, 재직증명서 등이었다.

STEP 4. 입주 심사 & 선정 통보

신청자 수에 따라 경쟁이 몰리기도 하지만, 주택 수가 많고 생각보다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다양해 기회가 많은 편이다.

STEP 5. 계약 & 입주

당첨 후 SH공사 본사에 방문하여 계약을 진행했다. 실제로 입주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월세 10만 원대 서울살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사한 집은 신축의 고층 아파트 였다. 통유리 창문이 있었고, 채광이 좋았다. 무엇보다 ‘서울 주소지’가 생겼다는 기쁨과 안정감이 가장 컸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던 삶이 7시에 눈 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명상/요가하는 일상으로 바뀌었다. 퇴근 후 친구와 서울에서 저녁 늦게 약속도 가능했고, 책을 읽거나 산책 또는 러닝을 할 여유도 생겼다. 하루에 세 시간이 더 생긴 삶은 완전히 달랐다. 시간이 생기자 마음이 달라졌고, 마음이 달라지자 삶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 시작이 바로 주거 안정이었다.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이 제도를 모른다.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건, 이 제도가 충분히 현실적인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때 진작 신청했을 텐데…’라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서울살이를 가능하게 만든 한 줄기 기회”가 이런 정책 하나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내가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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