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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May 10. 2016

아이를 '잘 다루는 방법' 없나요?


우리 아들을 보며 사람들은 참 얌전한 것 같다고, 다른 아이보다 다루기 쉬운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어떤 아이보다 내새끼 키우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에게도 해당되기에 그런말 들으며 -타는 속은 그 누가 알리- , 씁쓸하게 웃는다.


참으로 예민한 우리 아들 이야기


우리 아들은 겉으로 보기에 행동이 많거나 과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렇게 보일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내가 아들을 키우는데 있어 힘든 것은 다른 부분 때문이다. 우리 아들은 굉장히 예민하고 그래서 쉽게 무서움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굉장히 오랜간다. 그래서 무언가에 적응하는 것도 오래걸린다. 아이가 앞에 나와 무언가를 하기까지 내가 얼마나 미리 설명해주고 경험시키고 달래주는지 알리가 없는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순한 아이로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나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아이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고, 나도 치료하며 상담하며 많은 아이들을 경험해보는데, 구지 찾자면 나의 성격에는 차라리 활발하며 거친 아들이 더 알맞다. 그래서 예민하고 수줍은 우리아들을 키우며 내적으로 버거운 순간이 많다.

어린이집은 사전 작업을 오래했기에 비교적 순탄했는데, 문제는 교회학교 였다. 올해부터 유치부를 나가면서 엄마와 떨어져서 친구들과 들어가야하는데, 정말 매주 전날 밤부터 힘들어했다. 또래 친구들은 진작에 엄마와 떨어져 잘만 노는데, 우리아들은 계속 뒤돌아 보며 나를 찾고 울었다. 처음엔 안고 함께 드리다가 또 몇달걸려 아들은 앞에두고 나는 뒤에 앉아 대기했는데, 처음엔 함께 했던 모든 엄마들이 이제 다 적응시킨 이후에도 나는 몇달간 혼자 뒷자리를 지켰다. 우리 아들은  여전히 울었기 때문. 게다가 예배가 끝나면 그 분노가 남아있는지 마구 떼를 쓰기 일 수 였다.

나는 슬슬 주변이 신경쓰이고 막말로 쪽팔리기도 했다. 누가 지나가는 말로 아직도 뒤에서 계시냐고 묻거나, 어린이집갈때도 그러냐 물을 때마다,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고 누군가 흉보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 아들인데, 내가 아이를 이해한 방식으로, 내가 그동안 해왔던 그 방식대로 나는 꾸준하게 기다려줄 수 밖에 없었다.

그로잉맘 에세이는 육아일러스트 큐스패밀리와 함께 합니다 www.q-fam.com




엄마, 나 울지 않고 잘할 수 있어


그러던 아들이 드디어 지난주에 어린이날 특순로 율동하며 춤을 추었다. 분명히 깜깜한 무대에서 사람들이 보이면 울고 싫어하던 아이라 기대도 안했는데.. 마치고 나오며 '엄마 민후 잘했지' 하는데 눈물이 울컥나왔다.

그리고 어제 아침, 교회 갈 준비를 하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민후 울지 않고 잘할 수 있어'.  그리고 정말 아이는 해냈다. 울면서 유치부로 가는 복도를 늘 걸어갔었는데, 어제는 소리지르며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나를 찾지 않고 정말 잘 해내주었다.  물론 이번주에 있을 봄소풍 걱정에 심약하고 예민한 우리아들은 또 울먹이고 있고 나는 또 새로운 설득을 하는 중이지만..

잘 다루지 않고
잘 사귀기


부모교육이나 상담에서 만난 엄마들이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다룰 수 있는가' 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다. 우리는 아이가 아닌 다른 관계에 대해서는 잘 '다룬다' 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이해할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잘 관계를 맺을까. 어떻게 해야 상대를 설득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런데 아이를 잘 다루고 싶다는 말 자체가 이미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아이는 어렵고 힘든 존재다. 정말 확실하다 ㅎㅎ 그래도 아이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아이를 잘 다룰 방법이 아니라 아이와 잘 사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아이에 대해 알려고 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여러방법을 시도하며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아야한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남편이나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맺음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모두가 육아는 어렵다고 한다.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 좋은 육아방법을 찾고 있고 누군가는 그것을 제공한다. 나도 그런 방법을 제공하는 사람중에 하나지만..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아이와의 관계를 보는 관점, 그리고 마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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