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잉맘 이다랑 May 17. 2016

내 몸뚱아리는 아프지도 않아.


나는 큰 병은 없이 지내왔고 건강한 편이다.

그래도 결혼 전엔(정확히 말하면 출산 전엔) 일년에 적어도 한두 번은 심하게 아팠었다.

감기몸살로 하루정돈 호되게 앓아야 계절이 지나갔으니까. 대학원다니며 일하고 공부할때는 한 학기가 끝날때쯤엔 꼭 긴장이 풀려 며칠을 앓기도 했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엄마가 된 이후로 난 별로 아프지도 않는다.


대학원 다니며 일하고 공부할때보다 나이는 더 들었고, 체력은 더 떨어졌으며, 하는 일은 더 많은데...

 억울하게도 제대로 아프지를 않는다.

그냥 간혹, 몸살이 올껀가? 몸이 힘들다... 라고 느껴지는데, 문제는 딱 죽지 않을 정도에서 늘 멈춘다.


아무리 힘든 날도  아이를 씻기고 책을 읽어주고 재울때까지 버틸 수 있으며, 자고 나면 나의 일상도, 나의 몸도 다시 새롭게 리셋이 된다. 정말 놀라운 일이고 짜증나는 일이다 ㅋㅋ


이전에 36개월 이하의 아이를 육아하는 엄마들의 감정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인 단어가 80% 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즉 어린 아이를 육아하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 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낄 수록 면역력도 떨어지고 기능도 저하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 36개월동안 어린아이를 키우며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나는 왜 이토록 건강한 것일까?

정말 억울하다. 왜 이 몸뚱아리는 한번도 제대로 아파주지를 않는지,체감상으로는 누적 과로로 당장이라도 쓰러질것만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모든 역할을 제대로 잘 해내고 있는건지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심각하지 않은 작은 수술을 하고 며칠 입원하러 들어가면서 신나하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찾아오지 말라고, 며칠 푹 쉴거라고 하시며 성경과 잡지 몇권만 가져다 달라고 하셨다. 그땐 왜 저러나 했는데, 이젠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가 된다.


아프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설사 지금 아파서 입원한다해도 마음편할리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잘 아프지도  않는 몸뚱아리가, 엄청나게 강한 것 같은 나의 정신력 혹은 모성애가 잠시 원망스럽다...;;

몸살이 올 것 처럼 온몸이 아픈데, 내일 아침이면 또 쌩쌩 하겠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잘 다루는 방법' 없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