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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May 18. 2016

아기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을 때.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오늘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정이 빡빡한 날인데 하필 아이의 소풍날...;; 
정신없이 도시락을 싸주고 나도 급히 출근했다. 지난번 소풍까지는 무섭다고 전날부터 울먹이던 우리아들.. 그새 많이 컷는지, 친구들과 도시락을 나눠먹고 동물원에서 동물친구도 많이 볼꺼라고 들떠있다. 
아이가 헤어지며 울면 마음아프고 신경쓰이기에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나 씩씩해진 아들의 모습에 괜히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모순된 엄마의 마음이란.... 

지하철에서 내려 급히 이동하는데, 옆에 가고 있던 아기엄마가 무척 난처해보인다. 아침부터 어딜가는지 모르겠는데 200일도 안된 것 같은 아기를 안고 있었다. 가방에서 떨어진 물건을 다시 주워담아야 하는 상황인지라 달려가서 아기를 잠시 안아주겠다고 했다. 엄마가 떨어진 물건을 담고 정리하는 동안 아기를 그렇게 잠시 안고 있었다. 

아기냄새가 났다. 우유냄새 같기도 하고, 베이비파우더 같은 냄새가 나기도 하고, 아기세제같은 냄새도 나고... 아기냄새였다. 잊고 있었는데, 너무나 익숙한 냄새였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냄새. 순간 아기를 보는 내 입가에도 미소가 띄어졌다. 



생각이 났다. 나의 아기, 민후에게서도 이런 냄새가 났었다. 이 냄새와 하루종일 뒹굴며 나는 아이와 함께 했었다. 어쩌다 아이를 두고 잠시 외출을 할때면, 여전히 그 냄새가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혼자있어도 나는 민후의 엄마지.. 라는 생각이 늘 함께 했었다. 열심히 꾸미고 나오는 날에도 막상 나와보면 어깨에 아이의 침자국이나 이유식쌀가루 자국이 남아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냄새였고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 너무나 오래전일이 되어버렸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아이를 맞이했다. 동물원에서 본 동물친구들에 대해 한참 조잘거린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를 안았다. 아이에게서 냄새가 난다. 오래전 그 아기 냄새는 아니지만, 내 아이의 익숙한 그 냄새가..

민후에게 항상 있던 아기냄새가 사라졌듯, 지금 이 아이가 내게 주는 이 따뜻한 냄새도 언젠가는 사라질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고, 이 순간이 소중하기도 하다. 

아마도 아이의 냄새가 조금씩 사라지고 나에게서 멀어지듯, 아이도 정서적으로 나와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슬프다. 하지만 그것은 슬픈일이 아니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이다. 그것을 내가 알아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뭐 이렇게 쉴 수 있는 시간이 하나도 없는 걸까.. 불만이 저절로 나오는 일상이다. 하지만 병에 넣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의 아이와 지금의 나. 

순간을 소중히 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가 씩씩하게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금은 언제든 안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내게서 조금씩 독립하려고 할때, 그 독립을 기쁘게 지지할 수 있도록.. 내 삶도 씩씩하게 잘 꾸려나가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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