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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Jun 23. 2016

가끔씩, 넘치는 모성을 줄여보기

아이가 며칠전부터 입맛도 없어하고 목이 아픈지 켁켁거렸는데, 아침에는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루종일 여러 미팅과 잡무로 일정이 가득한 하루였는데,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포기하고 뒤로 미룬 후, 아이와 병원에 갔다. 접수하는데 내가 콜록거리니, 간호사분이 어머니도 같이 진료받으시는게 좋겠다 하여 얼떨결에 진료를 받게 되었다. 아이는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았고, 오히려 문제는 나.. 후두염이 많이 심하고 오래되었는데, 괜찮았냐고.. 왜 이제 왔냐고..; 결국 주사를 맡고 양을 한 봉지 가득 들고 오게 되었다.

아이와 같이 걸어가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강의도 하고 상담도 해야하는데 목 걱정이 되기도 했고, 반면.. 목이 이지경이 되도록 왜 난 불편하다고 생각을 못했던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 나는 목이 약했다. 감기도 꼭 목감기로 오고, 잠을 못잘정도로 상태가 늘 심각해졌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일년에 한두번씩은 꼭 끙끙거리며 심하게 아팠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그저 피곤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니..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같이 자아가 크고, 내가 행복한게 짱이라고 외치던 사람도.. 엄마가 되니, 내 일정부분이 자동적으로 아이를 향해 움직이고, 내 자신에게는 많이 둔감해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모성은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은 아니고 아이를 키우며 엄마안에서 커져가는 것이지만... 어찌되었던 그 모성을 키워가는 원리는 어느정도 엄마가 되는 순간 본능적으로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엄마가 너무 냉담하고 이기적인 경우도 당연히 많이 보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더 좋은 엄마가 되려는 관심보다는 엄마 자신의 안밖을 돌보는 일로 에너지방향을 돌려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더 애쓰지 않아도 본능은 늘 아이를 향해 어차피 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의 시도가 어느정도 내적으로 균형을 맞춰주게 된다. 물론 단순히 쇼핑을 하거나 수다떠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고 자신을 돌보는 일이지만, 좀 더 엄마가 작은 성취감을 맛보거나 가치를 많이 부여할 수 있는 배움이나 활동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잘 쉬는 것도 물론 필요하고.



물론, 아이에게 잘하고 몰입하는 엄마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상태를 늘 민감하게 잘 아는것, 아이에게 많은 것을 돌보아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노력은 정말 훌륭하다. 단, 이 경우에는 엄마가 정말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는 단서가 필요한것 같다.

 정서적으로 붙어있을 수도 있고 거리를 둘수도 있는것, 민감하게 신경을 쏟을 수도 때로는 모든 신경을 거두어드리고 못본척 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관계에서 너무 중요하고 필요한 기능이다. 스스로 이 거리감을 만들지 못하고 불안해서 아이에게서 정신적인 관심을 쏟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엄마는 결국에는 어느 시점에서 지칠 수 밖에 없다. 지치면 폭발하고 후회하고 이 모든 사건은 엄마의 자신감을 뺏어간다.

그렇다. 사실 오늘 나는 반성문을 쓴 것이다. 나 역시, 좀 더 내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잘 살피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로잉맘 육아에세이는 큐스패밀리 일러스트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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