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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Jul 13. 2016

함께 견딘다는 것은, 머물러주는 것이다

                                                                                                                                                                                                                            

새로운 어린이집 등원 이틀째, 아이는 당연히 오늘도 울었다. 잠들기전까지도 민후는 조금 무서웠다고 이야기했다. 아침에는 일어나서 엄마랑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고 싶다고 했고 계속 울먹이다가 징징거리다가를 반복했다. 이렇게도 이야기 해보고 저렇게도 설득해보고 안아주기도 했지만 아이는 결국 울면서 셔틀을 탔다. 사실 오늘은 아이의 생일인데.. 집에 들어와 출근 준비를 하다가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왜 그렇게 힘든거니... 괜한 한숨도 나온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한번은 견뎌야 하는 일이고 그래서 내가 함께 견뎌주기로 결심하고 이 선택을 했었다. 정말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이가 성장에서 오는 고통을 경험할 때, 부모가 함께 견뎌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도 그 이야기를 엄마들에게 쉽게 내뱉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면서, 아이의 고통을 함께 견뎌준다는 것은 너무나 무겁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견뎌준다는 것이 어떤 뜻일까? 오늘 아침, 나는 이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아이를 달래주고 진정시켜주는 것일까?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서 안심시켜주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계속 그렇게 행동해왔는지도 모른다.

오늘 알게 되었다. 함께 견뎌준다는 것은 단지 위로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견딘다는 것의 의미는 아이의 그 고통에, 슬픔에, 두려움에 함께 머물러 준다는 것임을.

해결을 주는 것이 아닌 공감해주고 함께 그 감정에 머물러주는 것으로.. 내담자가 성장하고 이겨내는 것을 배우고 경험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 아이의 고통을 함께 견뎌준다는 것이 같은 의미였음을 알게 되었다.

괜찮아. 별거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어서 털어내자.씩씩해지자.  이런 말들로 나는 아이를
위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언제까지 이럴꺼야' 라는 생각에  화가나기도 아이를 조급하게 끌고 가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감정에 머무는 것도 아직 어렵다. 두려움이나 슬픔이나 분노나.. 그런 감정이 내게 올 때, 위험하다고 느껴진다. 가지고 있기 싫어서 빨리 벗어내려고만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감정으로 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후가.. 세상에 내가 아니면 누구에게 그렇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을까. 아직은 자기의 감정을 잘 모르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아이가 안전하게 다 내뱉을 수 있도록 든든하게 감싸주는 것 뿐인데.

내가 믿고 견뎌주면, 아이는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존재임을 알고 또 믿으면서도. 감정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나는.. 여전히 이 모든 과정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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