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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02. 2016

아들의 자존감에 대하여..



친정아빠, 남편.. 그리고 지나간 몇몇의 남자친구들.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가까운 심리적 관계를 맺었던 남자들에게서 나는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었다. 남자는 성격이 좋든 나쁘든, 그런것과 상관없이 자존심이 다치면 터져버린다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각각 자신만의 그 '선'이 있었다. 누구는 좀 낮고 누구는 좀 높고.. 그런 차이일 뿐. 

사람은 다 그렇지 않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와의 차이점은 그걸 좀 쌓아두다가 터뜨리는 느낌이라는 것..  남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남자가 강해지보이지만 오히려 자존심에 상처를 쉽게, 깊게 갖게 되는 약한 존재로 느껴졌었다. 왜 그렇게 느닷없이 터지는 걸까, 그리고 터지면 왜 그렇게 마구 터져버리는 걸까. 나는 궁금했었다.

내가 아들엄마로, 아들을 키우면서.. 그 이유를 조금 알게되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주변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이를 감정적으로 가두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남자라도 아이니까, 두려워해도 되고 울어도 되고 겁을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가장 쉽게 하는 말이.. 남자가 뭐가 무서워. 울지마 뚝. 남자답고 씩씩하네! 그런 말들 이었다. 

얼마전, 민후가 엄마, 민후는 남자니까 무섭지 않아. 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너무 놀랐고, 또 속상했다. 남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크는구나, 남자도 두렵고 무서워도 되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은근히 배우면서 자라는구나. 그러면 얼마나 자기감정을 인정하기가 어려울까. 그러니 그렇게 갑자기 터져버리지. 


아들을 통해, 그토록 궁금했던 가까운 남자들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두려움이나 슬픔같은 감정들을 딛고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그 믿음은 우선 그 감정을 완전히 인정해야지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죽음으로 상실했을때 그 사실을, 그 슬픔을 인정하지 않으면 충분히 애도하고 보낼 수 없는것과 같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사람의 마음이, 감정이 작동하는 방법은 다 같다. 만약 남자이니까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한다고 배우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좀 더 나아가자면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과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진다. 나는 그게 만성적으로 남자들이 더 잘 참고, 더 심하게 터지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아니라 남자아이 이니까, 그리고 아직은 내 품에 품어줄 수 있는 나이니까, 나는 우리가 아들의 감정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 내 아들이, 더 감정적으로 풍부하고 스스로를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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