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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09. 2016

엄마의 변비.

좀 더 가벼운 엄마의 감정을 위하여.

                                                                                                                                                                                                                   

얼마전에 어떤 엄마가, 자신의 산후 우울증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남편을 비롯 주변사람에게 마구 심하고 거친말을 한다는 것.. 진지하고 심각하게 들어주다가 나도 모르게 "정말 부럽네요" 라는 말을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렇게 마음껏 터트린 적이 거의 없는데, 산후우울증을 핑계 삼아서라도 그렇게 감정을 터뜨려보다니. 얼마나 부럽던지 나도 모르게 그 소리가 나왔다. 

엄마들과 수다도 떨고 교육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 우리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사실 우리의 부모로부터 감정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런것을 잘 몰랐고, 그들도 어려웠고, 그래서 내 감정을 이해받거나 조절하는 것에 대해 도움을 받거나,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고 수용받은 경험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자랐다. 그래서 잘못된 훈육으로 부모님에 대해 상처받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도 꽤 많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우리가 부모가 된 지금, 아이에 감정을 잘 다루어줘야한다는 이야기를 매일매일 듣고 산다. 모두가 그게 맞다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고,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모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게 된다. 때때로 그렇게 올라오는 스트레스를 남편에게라도 퍼붓고 이해받고 싶지만, '그날이야?' 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왜 몰라주냐고 원망할수도 없는것이, 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떄문이다. 나뿐 아니라 그 사람도 그것을 배우거나 경험하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면 그사람이나 나자신이 딱하긴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 중 대부분은 변비 상태이다. 심리적 변비 상태. 꺼내지 못하고 쌓아둔 숙변들이 마음에 쌓여있다. 어쩔 수 없어 쌓아둔 것이 이제는 어떻게 꺼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묶은 감정은 성질폭발이 되고, 대부분 이 피해는 아이에게 간다. 흔한 이야기지만 좋은 엄마가 되려면 행복한 내가 되어야 하고 행복하려면 자유로워야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가볍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우리는 모두 변비를 안고 있고, 결국 그 방법을 찾느냐 못찾느냐에 따라 엄마로서의 삶 뿐만 아니라 내 삶의 질이 바뀌기 때문이다. 

오늘 #그로잉맘성장모임 엄마들과의 수다에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퀘변하는 방법은 누가 알려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를 준다해도 '일'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누군가에겐 배움이 또 누군가에겐 그냥 정기적으로 울어재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건, 우선 내가 감정을 잘 못다루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배우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다음은 내게 지금 심리적인 변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되는것, 그리고 일단은 무엇인든 손에 잡히는 걸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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