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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29. 2016

너도 떠나보면 알게될꺼야

아이와 단둘이 제주여행


스타일 따위는 진작에 포기하고 내 짐을 줄였지만, 아이옷과 물건들을 주섬주섬 담다보니 또 짐이 한가득 이었다. 며칠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빨래를 돌리고 정리하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아이와 단둘이 함께한 두번째 여행은 금세 꿈처럼 아득해졌다. 오늘 밤 자고나면 바쁜 일상에 묻혀 더욱 아련한 기억이 되어버릴까봐 서둘러 몇자 적어본다. 


여행 내내 사실 이런 생각들을 했다. 

만약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이 아니었다면, 하루종일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이 멋진 풍경속을 마냥 걸었을텐데.. 이렇게 멋진 카페에서 아이가 뛰거나 시끄럽게 할까봐 신경쓰지 않고 편안하게 쉬기도 하고, 이런저런 글을 끄적여보기도 할텐데.. 아이의 끼니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먹고싶을 때,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며 지낼텐데.. 그냥 비좁은 게스트하우스라도 좋으니 발길이 닿는 대로 머물러 자고, 여행자들과 대화도 나누도 한잔 마시기도 하면서 그렇게 밤을 보내볼텐데.. 유모차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이 갈대밭길을 하염없이 달려볼텐데.. 

상상만 해도 행복해 지는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아이와 단둘이 제주' 가 
내게 알려준 것

아이와 둘이 하는 여행은 쉽지 않았다. 제주에 머무는 언니와 조카들과 함께 했다해도, 일단 집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까지 가는 것 조차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번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오늘, 나는 캐리어와 유모차를 끌며 우산까지 쓸 수 있는 달인이 되어 있었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때는 아이와 단둘이 남겨지는 것도 두렵고, 아이를 안을때마다 바들바들 떨던 내가.. 아이와 버스타고 비행기타고 단둘이 여행이라니.. 내가 엄마로서 얼마나 성장했고 강해졌는지 여행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이는 단둘이 첫번째로 여행했던 3개월전보다 또 커져있었다. 아이가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모습이 보람을 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를 끌고 이동하면서도 그것이 고생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너무 행복해하고 자유로워보이는 아이의 미소 때문이었다. 

어느때보다 고집폭발중인 네살 아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통제가 많아지곤 했는데.. 여행은 아이에게도 엄마인 나에게도 여유를 주었다. 밥을 안먹고 간식으로 배를 채워도, 밤늦게 까지 놀고 싶다고 해도.. 평소보다 아이에게 한결 여유로울 수 있었고, 내가 물러서니 아이가 나에게 더 많이 다가왔다. 내가 그렇게 바들바들 떨던 것들이 사실은 별거 아니라고.. 여행은 나에게 알려주었다.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

아이가 자기 전,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이야기해 준다. 아이가 언제까지 나와 여행해줄까, 나와의 시간을 즐거워해줄까. 노력해야겠지만.. 최대한 늘린다해도 그리 오래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혼자만의 여행이 그리웠지만, 아이와의 여행이라 더 행복했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오로지 엄마라서 느끼는 행복한 고생이었기에. 나와 아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 고생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마도 떠나보면 알게될것이다. 

엄마들이여 떠나는 꿈을 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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